한국일보

“나는 러시아의 마지막 황태자 미망인”

2006-10-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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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1918년 볼셰비키 혁명 당시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황제(짜르) 니콜라스 2세의 아들이 1977년까지 캐나다에 생존해 있었다
는 주장이 나왔다.
밴쿠버 근교에 사는 산드라 타메트-로마노프라는 이름의 여인은 1977년 6월26일 사망한 자신의 남편이 러시아의 황위 계승자인 알렉세이 타메트-로마노프라고 밝혔다고 2일 캐나다 언론이 전했다.
산드라는 1957년 밴쿠버에서 그를 만나 결혼할 당시에는 러시아 황족임을 몰랐다고 말했다. 결혼한 뒤 우연히 황족 이야기를 다룬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 영화 아나스타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그가 울음을 터트리면서“아나스타샤가 내 누이라고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묻자 그는 러시아 황족에 대한 책을 보여주며 사진 속의 어린이를 가르키며 비로써 자신의 신분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는 처형 때 몸에 박힌 총알 자국을 보여주기도 했다.
산드라는 그가 진짜 황태자라는 근거로 유럽 왕족과의 교류를 들었다. 70년대 영국의 대공 사망, 앤 공주와 필립공 결혼, 스웨덴의 구스타프왕 결혼 때 왕실과 주고받은 편지가 황태자(짜레비치)의 공식직함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망 후 버나비의 한 묘지에 묻혔으며 그의 묘비석에는 러시아 황실의 휘장과 함께‘제정 러시아 황태자 알렉세이 니코라이비치 전하’라 새겨져 있다.
그가 황태자임을 믿는 역사가 존 켄드릭은 타메트-로마노프가 처형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숨어살다 1921년 에스토니아로 도피한 뒤 이름을 바꿔 살다 스웨덴을 거쳐 1952년 캐나다로 넘어왔다고 추정했다.
켄드릭은 “처형 당시 시신이 수습되지 않아 그동안 알렉세이임을 자처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모두 가짜였다며 “타메트-로마노프는 러시아 황족의 가족력인 혈우병을 앓는 등 모든 정황과 증거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산드라는 그가 진짜 황족임을 확인하기 위해 남편의 이빨 2개를 영국의 DNA 분석기관에 보낸 적이 있으나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고 켄드릭은 전했다.
그러나 역사학자 마빈 라이온스는 “알렉세이 로마노프는 1918년 죽은 것이 확실하며 타메트-로마노프 이야기를 한마디로 허구라고 일축했다. 그는 “세상에는 범죄자가 아니지만 자신의 역할을 불행하게 느껴 뭔가 흥미로운 얘기를 지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8일에는 덴마크로 피신했다가 1928년 사망한 니콜라스 2세의 어머니 마리아 페오도로프나의 무덤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황실묘지로 이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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