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여 지켜온 농악대 아쉽지만 이제 떠나요”
2006-09-22 (금)
자비로 운영 이기운 단장
“12년전만 해도 하와이에서 한국 전통 가락을 듣는 것이 참 드문 일이있지요. 어릴적 고향 남원에서 상여나갈 때 듣던 우리 가락에 매료되어 뒤늦게 하와이에서 농악을 통한 한국 가락찾기에 매달려 왔지요”
알로하 퍼레이드를 비롯해 하와이 곳곳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로컬행사에 참석해 한국전통 문화를 알려 온 ‘한인농악단’ 해체 소식을 전하는 이기운 단장(68·사진), 마치 자식을 어디론가 떠나 보내는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 단장은 지난주 이민 103년만에 처음으로 카우아이를 방문해 흥겨운 농악장단을 선 보인 것을 마지막으로 국악협회에서 새 둥지를 튼다.
“10여년 이상 개인 자비로 운영해 온 한인농악단을 막상 해체한다고 하니 정말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지만 이제 혼자서 운영하다는데 한계를 느껴 국악협회에 한국 전통가락 전수의 버거운 책임을 떠 넘기고 국악협회 분과위 일원으로 힘 닿는데까지 농악가락 전수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인 천주교 백양회 노인들이 초창기 멤버가 되어 조직된 한인농악단은 요즈음 말로 ‘농악에 완전히 필이 꽂혀버린’ 이기운 단장의 뜨거운 열정에 의해 지금까지 자생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한국문화 불모지 하와이에서 장구와 꽹과리 장단을 전수받기 위해 한라함 스튜디오 메리조 선생을 사사하며 이른 새벽 하와이 카이 집 뒷산에 올라 장단을 몸에 익혔다.
이 단장은 “농악놀이 소품 가운데 ‘고깔’ 만드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1996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온 식구들이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노동을 거쳐 만들어진 14개의 고깔은 지금도 저에겐 보물 1호 목록”이라고 덧붙였다.
<신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