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여군, 34년만에 생부 만나
2006-08-23 (수)
생모가 친아버지와 출산즈음 헤어져
“아이는 사산됐다” 알린 채 입양시켜
양부모 사망하자 사설탐정 고용 찾아내
1971년 출생 직후 생부도 모르게 입양되어 살아온 현직 여군 펠리시아 돌시 상병(34·텍사스주 후드 육군부대)이 생전 처음 친아버지를 만나게 됐다.
LA타임스는 23일 고교졸업후 육군에 입대했다가 지난 2004년부터 이라크에 파병됐던 돌시 상병이 양부모 사망 후 사설탐정을 동원, 생부인 래리 맷슨(63·실버레이크 거주)을 찾았고 곧 극적인 상봉을 하게 된다는 스토리를 전했다.
지난달 맷슨이 운영하는 피코 블러버드의 헤어 매스터스 미용실에는 이라크 전선에서 전화가 왔다. 7,600마일이나 떨어진 이라크에서 전화를 건 주인공은 그가 34년전 사산된 것으로만 알았던 딸이었다.
돌시 상병은 생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안 후에도 ‘생부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될까 우려했고 이 날도 전화번호를 동료 여군이 대신 돌려줬다. 그러나 생부 맷슨은 죽은 줄 알았던 딸의 존재를 기쁨과 환성으로 받아들였다. 돌시는 “아빠라고 불러도 되나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늘 바쁜 미용실이고 청력이 나빠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는 맷슨의 고객들도 한꺼번에 탄성을 지르며 축하를 했다.
돌시 상병은 양부모와 몬로비아에서 성장했다. 생부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고교졸업 후 입대한 그녀는 이라크 파병직후 양부모가 5개월 간격으로 사망했다는 부음을 들었다. 깊은 상실감은 그녀에게 ‘생부모를 찾아 나 자신도 같이 찾는 여정’에 돌입하게 했다. 동료의 조언에 따라 실종인물 찾기 전문 탐정인 수산 프리엘-윌리엄스(플로리다 소재)를 찾아내 호소했다. 윌리엄스는 특별히 이라크 전장에서 보낸 호소에 귀를 기울였고 6개월간의 집중조사 끝에 맷슨을 찾아냈다.
윌리엄스는 30년전 기록을 뒤지면서 돌시가 바비와 미미란 이름으로 두 번이나 입양되었다가 되돌려 보내진 후 세 번째로 돌시 가족의 일원이 된 것과 생모가 그녀가 살던 동네에서 겨우 10마일 떨어진 곳에서 생부와 친구관계로 살다 1년 반전 사망했다는 사실 등을 알아냈다. 이 모든 정보를 e-메일로 돌시에게 보내면서 “생부가 당신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싫어할 수도 있으니 각오하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맷슨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돌시의 생모 메리 샌토스와 애인으로 수년간 지냈다. 그의 아이를 임신하기 전 아들을 두고 있던 메리는 출산즈음 그와 헤어졌고 “아기가 사산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각자 삶을 살았지만 친구관계로 서로 도왔다. 그러나 메리는 지난해 숨질 때까지 입양딸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돌시 상병의 부대는 지난주 본부로 귀환했다. 휴가를 낸 돌시는 맷슨과 이복남매, 또 생모의 누이 등 가족들을 이번 주에 상봉하고 친지 모두가 모이는 리유니언을 12월에 LA에서 가지는 계획으로 들떠 있다.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