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나다 최초 ‘동포은행’ 4년 땀 물거품 위기

2006-08-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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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銀 ‘투자불가’전격통보

▶ 준비위“허탈...대책 없어”

<토론토지사> 4년여의 꿈이 끝내 수포로 돌아가나. 캐나다 최초의‘동포은행’ 설립시도가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쳐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한카(Hanca)은행(가칭)설립준비위원회’의 김남수 위원장은 17일 “작년 12월 투자의사를 밝혔던 한국 신한은행이 이달 초 갑자기 ‘투자불가’를 통고, 지금까지의 모든 준비가 무위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대형은행의 지원은 캐나다 금융감독당국이 내건 설립허가조건의 하나였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15일 투자자회의를 긴급소집, “신한은행의 태도돌변으로 인해 현재로서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통고했다. 당초 준비위는 올 하반기부터 영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었다.
조흥은행을 합병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투자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LG카드까지 인수하는 등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해온 신한은행은 1,200만 달러의 한카은행 자본금 가운데 15%를 우선 투자하고 2년 이내에 50%선으로 지분비중을 높인 뒤 경영까지 맡을 계획이었다. 은행은 지난 4월 2명의 대표를 캐나다에 파견, 금융감독원 당국자를 면담하고 투자의사를 재확인한 바 있다.
설립준비위에 따르면 그동안 은행측은 지주회사(Holding company)로부터 추후 허가를 얻는다는 조건 아래 투자의향과 경영권 문제 등 모든 교섭을 구두로 진행해왔으며 어떤 서류에도 서명하지 않다가 갑자기 ‘투자불가’를 역시 구두로 통보했다는 것. 신한은행은 내부사정(지주회사의 반대)과 한국 금융감독원의 승인이 어렵다는 이유를 달았다.
지난 4년간 본업(김남수투자금융센터)을 제쳐두고 은행설립에 매달려온 김 위원장은 “허탈하다. 대형은행한테 당하고 나니 맥이 빠진다. 이젠 생업에 전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카은행 설립을 위해 김 위원장은 정모·유모씨 등 30여 교민들로부터 1천만 달러의 자본금을 모았다. 작년 9월 계획으로는 올 7∼8월께 노스욕에 본·지점을 두고 13명을 고용해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었다. 작년 8월 금융감독원(OSFI)과 3번째 인터뷰에서 긍정적 언질을 받았던 것이 낙관론의 배경이었다.
국내법상 소규모은행의 자본금은 최소 500만 달러지만 금감원은 증자를 권고했고 인가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준비위는‘신한은행 동참’까지 이끌어냄으로써 한카은행의 출범은 시간문제로 여겨졌었다.
미국에는 동포은행이 10여 곳에 달하지만 캐나다는 까다로운 법규 탓에 아직 한 곳도 없다. 국내의 어떤 소수민족도 자체은행을 설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카은행의 인가여부는 금융계의 관심대상이었다. 한인사회의 자체금융기관으로는 신용조합이 토론토에 2개, 밴쿠버에 1개가 있을 뿐이다. 이밖에 한국계 금융기관으로는 한때 조흥은행·한일(한빛)은행·산업은행 등의 지점이 있었으나 모두 철수, 현재는 외환은행만 남아있다.
한편 신한은행의 약속파기에 대해 한카은행 투자자들은 “일방적으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대형은행이 할 짓이 아니다. 우린 정보만 빼앗기고 법률비·교섭비·접대비만 날린 셈이라며 “신한 측이 재고하든지 다른 은행이 대신 나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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