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역꾼’(Factotum)★★★
2006-08-18 (금)
행크가 얼음 배달하다 말고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LA 뒷골목 밑바닥 인생 삶과 애환
술꾼이자 LA의 뒷골목 후진 인간들의 하루살이 삶을 소재로 글을 쓴 소설가이자 시인인 고 찰스 부카우스키의 동명소설 및 다른 책들을 원전으로 만든 바닥 인간들의 얘기인데 일종의 작가의 자화상이다. 내용이 싸구려 호텔과 이 여자 저 여자를 전전하며 잡일을 하는 작가 지망생(맷 딜론)의 얘기여서 매우 어둡지만 짓궂고 어두운 유머와 따뜻한 인간성을 내포하고 있다.
역시 부카우스키의 자화상으로 미키 로크가 나온 ‘술꾼’(Barfly·1987)과 비슷한 내용과 분위기를 지녔다. 두 영화에서 비교해 볼만한 점은 로크와 딜론의 연기. 로크의 연기는 코믹할 정도로 활기 찬 반면 딜론의 연기는 엄청나게 침울하다.
이름 모를 도시의 싸구려 호텔을 전전하는 행크 치내스키(딜론)는 싸구려 술과 담배와 여자에 탐닉하면서 막일을 하며 사는 바닥 인간. 처음에 바에 얼음 배달 나갔다 거기 주저앉아 술을 마시는 바람에 차의 얼음이 다 녹아 행크는 고용된 날 해고당한다. 행크의 유일한 열정은 글을 쓰는 것. 그는 자기 글을 출판사 블랙 스패로우 프레스에만 보내나 모두 퇴짜 맞는다.
행크는 어느 날 바에서 여자 술꾼 잰(릴리 테일러가 훌륭한 연기를 한다)을 만나 동거에 들어간다. 둘은 일종의 영혼의 동반자. 한편 행크는 마권영업자 노릇으로 푼돈을 벌다가 괴이한 삶을 사는 프랑스인 백만장자의 정부인 로라(마리사 토메이도 호연)를 만나 이번엔 그녀와 함께 산다(행크가 로라의 아파트에서 라디오로 브람스의 교향곡을 들으며 로라의 긴 다리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 값싼 로맨티시즘을 방출한다).
그러나 부평초 같은 행크는 잰과 로라와 모두 헤어지고 자전거부품 공장과 동상 청소부와 택시 운전 등 하는 일마다 며칠 못 간다. 영화가 갑작스럽게 끝나지만 그의 삶은 결국 통상 말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는 증거를 남긴다. 화면이 시종일관 누리끼리해 분위기에 어울린다. 시치미 뚝 따는 유머와 고독을 함께 지닌 영화로 기저귀까지 찬 딜론의 연기가 너무 가라앉았지만 잘한다. 벤트 해머 감독. R. IFC. 선셋5(323-848-3500), 뉴윌셔, 플레이하우스(626-844-6500)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