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BC주 미항 소도시 프린스 루퍼트

2006-08-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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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中무역 중심’부푼 꿈

▶ ‘대체 항구’주목

BC주의 프린스 루퍼트, 아름다운 경관과 다양한 야생생물을 자랑하는 인구 1만3천 명의 작은 항구도시가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북미와 중국의 무역량이 급증하면서 ‘대체항구’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월스트릿저널은 9일 “LA·롱비치 등 기존의 미 서부 항구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밴쿠버·프린스 루퍼트 등이 대체항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통적인 항구도시 LA와 롱비치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의 서부해안 항구를 통해 수송되는 컨테이너의 60%를 소화했다. 이들 지역은 거대한 시장과 편리한 철도교통을 갖추고 있어 운송업자들에겐 최적의 항구도시였다. 제조업자와 소매업자들은 LA에서 동쪽으로 40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 대규모 유통센터를 세워 이 지역의 유통물량을 더욱 증가시켰다.
하지만 두 지역의 화물량은 지난 10여 년간 3배 가량 급증하면서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여기다 노동자들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2002년에는 10일간 파업사태를 겪기도 했다. 최근 이 지역 항구운영자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물동량을 소화하기 위해 밤샘근무와 주말근무까지 도입하는 한편 설비까지 확충했지만 늘어나기만 하는 선적물량을 감당하기에는 벅찬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프린스 루퍼트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밴쿠버 북쪽으로 500마일 떨어진 프린스 루퍼트는 현재도 국제무역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으나 최근 미국 항만 운영자가 이 지역 항구를 개발하겠다고 나서면서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뉴욕과 뉴저지 항구에서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브라이언 마허는“선박회사들은 남부 캘리포니아 항구들의 정체를 피할 수 있는 대체항구를 필요로 한다며 이 지역 개발에 나섰다. 지역 항구관리당국은 원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마허에게 30년간 항구를 운영할 권리를 대여, 항구개발을 전적으로 맡겼다.
하지만 프린스 루퍼트의 발전에는 많은 장애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캐나다에서도 변방에 위치한 이 지역의 수요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 적은 인구로 인해 수입품에 대한 수요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수출품목도 전무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프린스 루퍼트와 같이 대체항구 도시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프린스 루퍼트를 화물중개항구로 만들려는 시도는 100년 전인 19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철도 건설업자인 찰스 멜빌 헤이즈는 프린스 루퍼트를 아시아와 유럽을 중개하는 항구도시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는 프린스 루퍼트항을 통해 들여온 중국산 비단을 몬트리올까지 철도로 운반한 후 세인트로렌스강과 대서양을 횡단해 유럽으로 수출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6년 후 헤이즈가 타이태닉호와 함께 대서양에 침몰하면서 물거품이 돼 버렸다.
프린스 루퍼트는 그 후 목재 및 석탄 등을 수출하는 소형항구로서의 기능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석탄광산이 줄줄이 폐광되면서 1994년 1,400만 톤이었던 물동량은 지난해 500만톤으로 감소했다.
마허는 회의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프린스 루퍼트 항구를 개발할 준비를 끝냈다고 말했다. 이제 그가 100년 전 헤이즈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중국과 미국 운송업자의 선택에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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