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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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부모 뒤이어 의사 가업 3대째 이어요”

2006-08-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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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이민 역사가 길어지면서 부모와 자녀가 같은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무역이나 청과, 델리 업계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2세들이 부모의 비즈니스를 이어받는 사례가 두드러졌지만 자녀가 부모와 같은 전문 업종에 뛰어드는 경우는 지난 2~3년 사이에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뉴욕과 뉴저지 한인사회 및 미 주류사회의 전문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가정 5곳을 소개한다.
“어렸을 때부터 의사놀이를 좋아했던 걸 보면 의사가 천직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조부와 부친, 모친, 큰아버지가 모두 의사인 에스터 윤(맨해턴 베스 이스라엘 병원 레지던트 인턴)씨에게 의사란 직업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에스터씨의 부친인 윤숭구(잉글우드 패스캑 밸리 의료센터 산부인과 전문의)씨는 딸이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상당히 좋았다고 말한다.
“집안 식구들이 대체로 손재주가 많은데 에스터 역시 뜨개질, 그림 등에 재능을 보였습니다.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손재주죠.”
비록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른들이 의사가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에스터씨는 “처음에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고 싶었지만 환자들과 평생 동안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아버지를 보며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환자들의 의사이자 좋은 벗이 되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딸은 아버지의 장점으로 6,000여명의 유아를 분만해낸 경력과 빠른 결단력, 우수한 시술 능력을 꼽았다. “한번 아빠가 수술하시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같은 의사로서 존경이 갈 만큼 자신감 있고 빠르시더라구요.”
아버지 역시 딸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훗날 훌륭한 산부인과 의사가 될 것이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에스터씨의 조부인 윤영선(85)옹은 한국 의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의사로 월남 전쟁 당시 8년간 현지에서 민간 의료단장을 지낸 바 있다. 윤옹은 “아들과 손녀에게 늘 ‘의사다운 의사가 돼라’고 만날 때마다 얘기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윤씨도 “의사는 절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직업이 아니다”며 “돈을 벌려면 비즈니스를 해야지 왜 의사를 하느냐”라고 말했다.
에스터씨는 “할아버지와 아빠 말씀대로 의사란 개인시간이 없는 직업”이라며 “또래 친구들이 놀러갈 때 혼자 병원을 지켜야 되는 외로움이 있지만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탄생에 도움을 준다는 보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뉴욕과 뉴저지 한인사회에서 이처럼 대를 이어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인 가족은 임병우, 임재희(산부인과) 부녀, 주인숙, 최윤희(소아과) 모녀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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