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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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걸들이 꽃 피운 러시아 문예부흥

2006-06-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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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와 로맨스의 도시

캐서린대제이후 세인트 피터스버그는 유럽 예술인들의 중심지로 등장

러시아 역대 짜아(황제)들 중 ‘The Great’이라는 칭호가 붙는 사람이 두 명 있다. ‘Peter The Great’ 그리고 ‘Catherine The Great’이다. 피터 대제는 세인트 피터스버그로 수도를 옮겨 러시아의 해양 진출에 성공했고 캐서린 대제(1729~1796)는 국토를 확장하고 러시아에 문예부흥 시대를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여황제에는 캐서린 1세(피터의 왕비)와 캐서린 2세가 있는데 여걸로 알려진 인물은 ‘캐서린 2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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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아가 암살된 자리에 세워진 ‘피로물든 성당’.

캐서린 2세(사진)의 생애는 피와 로맨스로 점철되어 있다. 독일 왕국의 공주 출신으로 짜아에게 시집온 후 황후의 자리에 있으면서 쿠데타를 일으켜 남편인 황제를 내쫓았을 정도로 심장이 강한 여자다. 그녀는 남편인 피터 3세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자신을 쫓아내려고 하자 경비대장과 손잡고 쿠데타를 일으켜 피터 3세를 암살한다. 그녀 자신도 짜아리나(여제)에 오른 후 그레고리 장군 등 여러 명의 애인을 두었으며 궁궐을 지어 애인에게 선물로 하사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터키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크리미아 반도를 합병한 것도 캐서린 2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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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극장의 민속춤 공연. 이티켓은 50달러 정도지만 마린스키극장의 발레는 암표만 구매가가능한데 400달러가 넘는다 피터스버그는 러시아 발레의 원조다.

캐서린 2세는 많은 외국 예술가들을 러시아에 초청했으며 프랑스의 시인 볼테르와 우정을 나누었고 파리의 안무가 장빠띠스랑을 불러 황실 발레학교를 창립하도록 했다. 이 발레학교는 후일 파브로바, 크세신스카야, 바가노바, 니진스키 등 수많은 인재들을 길러냈다. 러시아발레의 원조는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마린스키 극장이다. 고전 발레의 백미로 꼽히는 ‘백조의 죽음’도 이 극장의 안무가 포킨이 파브로바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누레예프도 이 곳 출신이며 키에프발레단이 바로 세인트 피터스버그 발레단이다. 지금도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를 구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암표를 사야 들어가는데 400달러는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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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궁의 앰버룸으로 이어지는 황금장식의 문들. 앰버룸은 러시아의 국보로 이 방에서는 사진촬영 불가.

캐서린 2세는 리버럴했으며 그의 예술진흥 정책이 후일 푸시긴, 고골,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림스키콜사코프, 차이코프스키 등 세계적인 문인과 음악인을 배출하는 주춧돌이 되었다.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푸슈킨은 천재였으나 미모의 부인을 둔 탓으로 아깝게 38세에 죽었다. 부인이 러시아 궁중 경비대 장교와 염문을 뿌리자 푸슈킨이 모욕을 참지 못하고 이 장교를 찾아가 결투를 신청한 것이 비극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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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궁을 구경하고 있는 외국 관광객들. 이궁전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 로스텔리가 설계한 것으로 캐서린 여제의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캐서린 2세 때의 러시아 궁중이 얼마나 사치스러웠는가는 그가 지은 캐서린궁을 둘러보면 짐작이 간다. 화려함의 극치다. 특히 호박나무로 가꾸어진 앰버룸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워 유네스코가 보호문화재로 지정했을 정도다. 짜아들의 이와 같은 사치는 후일 농민혁명을 불러오는 불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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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스버그 번화가 네브스키 거리. 이 거리는 한때 파리와 함께 유럽예술의 중심지를 이루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 시내 중심부를 뚫고 지나는 네브스키 대로는 19세기 파리와 함께 유럽 예술가들의 메카였으며 지금도 백화점, 샤핑가가 몰려있는 이 도시의 가장 번화한 거리다. 그리고 이 도시의 중앙역은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에서 주인공 안나가 마지막에 투신자살하는 바로 그 기차 정거장이다. 러시아의 짜아 암살음모에 얽힌 에피소드와 예술인들의 로맨스 스토리가 많은 세인트 피터스버그는 약간의 역사적인 지식을 갖고 관광하면 흥미진진한 곳이다.

이 철
<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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