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개브리엘 마운틴 슈메이커 터널.
연전에 깊은 산 속에 위치한 폐쇄된 터널 속에서 버섯재배에 관한 시험을 하던 때의 일이다.
워낙 깊은 산중이라 인적도 없을뿐더러 터널 자체도 오래돼서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건축물이다.
길이는 300여미터나 되고 터널 속 중간지점에선 대낮에도 칠흑처럼 깜깜하고 사방에서 새어나 오는 지하수 때문에 바닥은 질펀하게 젖어 있고 천장에선 빗물처럼 물이 뚝뚝 떨어져서 아무리 간이 큰 사람이라도 밤에 혼자 일할 때는 섬뜩섬뜩하기 일쑤이다.
그 날도 저녁을 일찍 먹고 밤에 작업을 하려고 비포장 도로를 자동차로 한참을 덜거덕거리면서 달려가서 터널 끝에다 차를 세워 놨다.
터널 끝에서 보이는 뒷산 고봉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삼라만상이 조용해진 저녁시간에는 산 속의 정적을 감상한 후에야 작업을 시작하는 게 습관이 된 터였다.
차 밖으로 나와서 둔덕에 앉아 세상시름을 잊고 먼 산이며 발 밑에 내려다보이는 계곡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시간이 금방 흘러 사방이 깜깜해졌다.
그날 따라 달도 없는 밤이어서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빛이 전부였다. 가끔씩 울어대는 부엉이 소리는 분위기를 죽이는데 이게 웬일인가. 앞에 보이는 산에서 파란 형광이 나타났다. 가까이 오지도 않으면서 움직인다. 위로 아래로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하나이던 것이 갑자기 여러 개로 변했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나였지만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아, 바로 이거다. 말로만 듣던 도깨비불이라는 게 바로 저거다. 생각과 동시에 도저히 밖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얼른 차 속으로 찾아 들어가서 걸음아 나 살려라 집으로 내려와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파란 형광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그 다음날에는 큐빔이라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보다도 몇 배나 강한 전등을 준비해 갖고 갔다. 꼭 같은 시간에 꼭 같은 장소에서 도깨비불이 또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아뿔싸, 또 나타난다. 아랫배에 힘을 주면서 불을 켜고 형광이 있는 방향으로 비추었다. 동물들의 떼였다. 자세히 보니 노루들이었다. 노루들 눈빛이 밤에는 형광으로 비추었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떼를 지어 운동을 하는 게 내 눈에는 도깨비불로 비쳐진 것이었다.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산 속에서 겪은 일화다.
이 터널은 40~50년 전에 현재의 10번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에 LA에서 라스베가스 쪽으로 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서 뚫어 놓았다고 한다. 그 후에 10번 고속도로가 뚫리고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그대로 방치된 터널이 된 셈이다.
주변경치로 말하면 이 지역만큼 아름다운 지역도 많지 않다.
동쪽으로는 마운트 볼디 최고봉이 보이면서 사방으로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이 솟아있고 길 따라 오른쪽으로 이어진 계곡에는 사시사철 물이 흐른다. 2마일 정도의 잘 관리된 비포장 도로이므로 길 잃을 염려도 없어서 좋다.
가는길
210번 프리웨이 동쪽으로 가다가 아주사에서 내린다. 아주사 애비뉴를 따라 북쪽 방향으로 12마일을 가면 이스트 포크 길이 나오는데 우회전해서 3마일을 더 가면 왼쪽으로 슈메이커 로드가 나온다. 슈메이커 로드로 갈아타서 2마일 정도 더 가면 길이 막히면서 게이트가 놓여 있다.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게이트를 넘어 소방도로로 들어가서 길이 끝나는 곳까지 갔다오면 된다. 강태화 <토요산악회장·909-628-3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