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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법률상식 ■ 이민법

2006-04-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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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개혁안에 대하여

요즘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이민 개혁안에 대한 논의는 한인 사회와 주류 사회는 물론 한국에 있는 국민들까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민법 쪽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 한 주간 많은 사람들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을 수 차례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반이민 정서 압도 분위기
‘개혁안 필요’로 바뀌어


9·11테러 이후 반이민 정서가 미국을 휩쓸면서 한동안 친이민 법안은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었다. 테러 방지와는 상관없이 지나치게 이민자를 압박하는 법안만 상정되었다. 몸이 아파 응급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병원에서 체류 신분을 확인해 이민국에 보고한다는 법안 상정 소문을 듣고 병원에 안가고 참다가 결국 숨을 거둔 안타까운 한인 소식도 있었다. 지난해 말 HR 4437 반이민 법안이 상정되어 모든 서류 미비자들을 형사처벌 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상황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안타까운 한인 여성의 얘기도 보도되었다.
이렇듯 한동안 반이민 정서가 압도하는 분위기가 이제 서서히 어떠한 형태로든 이민 개혁안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지난 토요일 다운타운에서 있었던 50만명의 거리시위는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반이민 정책에 앞장서던 연방 의원들도 이번 시위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물론 이번 일로 인해 어떠한 친이민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장담도 아직은 할 수 없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민 관련 법안은 상정 자체로만은 큰 의미가 없다. 상원을 통과하면 하원에서 무산되고, 또는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또는 무한정 연기되어 예산 처리안에서 누락되기도 한다. 이렇듯 처음 말만 떠들썩하다가 결국은 무산되는 경우가 거의 100%였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1차 선거에서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왔던 임시 근로자 프로그램(temporary guest worker program)은 지금 2차 임기 중에도 결국은 실행이 안되고 있다. 불법체류자 자녀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불어 넣어준 드림 액트(Dream Act) 법안도 결국은 무산됐다.
연방 법안 차원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도 다를 바 없다. 서류 미비자에게 운전 면허증을 발급해주자는 법안을 주지사는 계속 거부하고 있다. 지금 영주권은 둘째치고 운전 면허증이 없어서 애를 태우는 서류 미비자들이 수없이 많다.
이민 변호사 입장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그들의 애환을 듣게 된다. 간혹 불법 면허증을 만들려다가 걸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의 잘못이기 이전에 법이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현재 가주에 수많은 서류 미비자들이 있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그들에게 운전 면허증을 발급 안 하면, 혹시나 그들이 미국을 떠날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법안이다. 그럴수록 불법 면허증이 남발될 것이고, 합법 이민자들도 함께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현재 이민법의 개혁 안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4∼5년간 아무 결실 없는 법안 상정 때와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뭔가 최종 법안 통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수많은 서류 미비자들이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영주권을 최종적으로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짓기엔 아직 이르다.
너무 비관적일 필요도 없고, 너무 앞서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아직은 좀더 신중히 지켜봐야겠다. 각 지역의 연방 의원들에게 본인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강 지 일 변호사
(310) 214-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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