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기 위한 실무 논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수년간 못만났던 가족 상봉
밀입국 조직 쇠퇴 등 긍정효과

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은 일단 한인으로선 크게 환영할 일이 아닌가 싶다.
현재 비자 면제국은 27개국이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 아일랜드를 비롯한 대부분 선진 유럽 국가들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포함돼 있다.
비자 면제국은 ICAO 규격에 적합한 생체정보 확인이 가능한 여권을 발급해야 한다. 또한 비자 거부율이 현저히 낮아야 한다. 한국은 이 같은 조건이 거의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최종 확정을 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사항들을 검토할 것이다. 한국의 여권 생산 및 발급 과정에 있어서 얼마나 보완장치가 잘되어 있는지, 또는 한국민의 테러 행위, 조직 범죄율, 돈세탁, 인신매매 가능성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외에 한국 정치와 경제의 안정성도 검토될 것이다. 비자 면제 국가의 사회 분위기가 불안정해지면 비자 면제국 자격을 취소 당하기 전에 무작정 미국으로 몰려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비자 면제국이던 아르헨티나다. 이 나라가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맞자 수많은 국민이 미국행을 택했다. 미국 정부는 긴급조치로 2002년 2월 아르헨티나를 비자 면제국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한국이 비자 면제국이 되면 무작정 미국에 몰려와 불법체류를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비자 면제국으로 최종 결정이 나기까지는 이미 위에 열거한 바와 같이 그와 같은 현상들을 미리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 미국 정부가 결정한다.
과연 한국민이 비자 면제국이 되었다고 무작정 미국에 우르르 몰려와 불법체류를 할 것인가? 이것은 한국민의 수준을 너무 저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런 케이스가 생기긴 하겠지만 전체적인 현상은 아닐 거라고 본다. 만약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면 미국 정부는 다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 한국을 비자 면제국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도 있다.
반면 비자 면제가 되면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 수년간 떨어져 있던 가족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오겠고, 미국에 한번 놀러와 보고 싶어도 비자가 거부될까봐 신청을 못했던 사람들이 걱정 없이 미국에 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또는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들과 밀입국 조직들도 점점 모습을 감추게 될 것으로 본다.
비자 면제로 오면 영주권 신청과 신분 변경이 안 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제한적인 조치가 아니라 단지 추가적인 혜택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정식 영주권 신청과 신분변경은 변함없이 계속 될 것이다. 단지 비자 면제로 입국했을 경우에만 그런 혜택에 제한을 받게 된다는 얘기이다.

강 지 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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