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인 넣어 만든 요리 “으음~ 맛이 깊네”

2006-03-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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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의 맛 살려주고
육질 한결 부드럽게
지방·오일은 감소시켜

싸구려 쓰면 맛 망칠수도
‘쿠킹 와인’도 좋지 않아
10~20달러대가 적당

붉은 고기엔 레드
흰살 고기는 화이트 와인
가열은 10분이상 해야


와인과 음식은 항상 짝이다. 좋은 음식을 먹을 때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이면 기막힌 미각의 궁합을 느낄 수 있고, 좋은 와인을 마실 때는 어울리는 음식을 곁들여야 그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더 나아가 와인이 생활화되어 있는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에 와인을 넣고 요리함으로써 이 둘의 완벽한 궁합을 추구한다.
요리에 와인을 넣는 이유는 와인 속에 있는 과일 맛이 식재료의 맛을 살려주고, 태닌 성분이 육류의 조직을 부드럽게 해주며, 신맛은 지방과 오일을 감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한식에는 와인을 넣는 레서피가 없지만 정종이나 맛술을 넣는 요리를 비슷하게 이해하면 된다. 우리는 주로 고기양념, 생선조림 등에 맛술을 넣는데 그 때 와인을 사용해도 무방하고 오히려 또 다른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와인에는 정종이나 맛술에 없는 과일 맛과 태닌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 피노 누아에 두어시간 재었다가 구우면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와 맛이 사라지고 육질이 한결 부드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불고기나 갈비 양념할 때 레드 와인을 조금씩 넣어도 좋다. 한편 생고기를 재었던 와인 양념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어떤 와인을 요리에 넣느냐, 하는 질문에 대해 흔히 사람들은 “그 식탁에서 서브할 와인을 음식에 넣으면 가장 좋다”고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언제나 맞는 말도 아니다. 만일 그날 저녁 디너에서 수백달러짜리 프리미엄 와인을 마시려고 한다면 그때 서브할 음식에 같은 와인을 사용하겠는가? 절대로 아니다. 대개의 경우 ‘괜찮은’ 와인이면 무난하다. 가격으로 치면 10~20달러짜리가 적당할 것이다.
요리에 넣는 와인은 싸구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싸구려도 어느 정도여야지, 너무 맛이 없으면 음식의 맛을 해치게 된다. 요리용 와인 선택의 단순한 공식은 ‘당신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너무 달거나 시거나 거칠어서 마시기 싫은 와인이라면 음식에 들어가서도 그 나쁜 맛을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와인은 가열하면 알콜이 날아가면서 본래의 맛만 남게 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졸면서 단맛은 더 달아지고 신맛은 더 시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마켓에서 파는 ‘쿠킹 와인’(cooking wine)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짠데다 각종 첨가제가 들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요리를 망치기 십상이다. 쿠킹 와인이 짠 이유는 19세기 유럽의 주방 전통에서 기인한다. 당시 신흥부자들은 집에 와인 셀러를 갖춰놓고 요리사와 하녀도 고용하였는데 요리사가 와인을 몰래 마실 것을 우려해 요리용 와인에는 소금을 넣어 내주었다고 한다. 이상한 것은 현대의 상업화된 쿠킹 와인에까지 그 전통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과, 어떤 요리사도 쿠킹 와인 사용을 권하지 않는데도 아직까지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리용 와인의 선택은 음식과 와인의 매치 공식과 같다. 붉은 고기 요리에는 레드 와인, 흰살 고기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을 쓴다. 소스나 수프에 넣을 때도 색깔에 따라 라이트한 크림소스에는 화이트 와인을, 레드 소스나 소고기 수프, 스튜에는 레드 와인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공식은 반드시 지켜야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생선에 가벼운 레드 와인을 써도 나쁘지 않고 닭고기나 터키 고기에는 화이트 와인과 가벼운 레드 와인 모두 넣을 수 있다.
와인은 요리에 넣고 일정시간 조리한 후 서브해야 한다. 적어도 10분 이상은 음식과 함께 가열해야 알콜도 다 날아가고 그 맛이 어우러지지, 넣은 지 얼마 안 되거나 너무 낮은 온도에서 조리한 다음 식탁에 서브하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없다.


# 간단한 와인 활용법

▲레서피의 재료에 물이 있을 때 물 대신 좋아하는 와인을
넣어본다.
▲버터를 녹이고 라이트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섞어
조리한 다음 생선에 발라 요리한다.
▲브라운 그레이비 만들 때 풀바디 레드 와인을 1~2큰술
섞어서 함께 끓이면 그레이비의 맛과 색이 깊어진다.
▲좋아하는 오일에 와인을 섞어 스테이크 재료(소고기,
닭고기, 연어 등) 앞뒤로 바른 다음 굽는다.


남은 와인은 2주까지 사용을

# 요리용 와인 사용 팁

흔히 마시고 남은 와인을
요리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와인이 남았을 때 맛이 많이 변질되지 않게 보관하려면
여러 사이즈의 작은 병들을 준비해 두었다가 남은 와인의 양을 꼭 맞추어 담아두는 것이 좋다. 와인이 병의 목까지
다 차도록 넣고 뚜껑을 꽉 닫으면 산소 접촉이 덜 되어
맛이 덜 변질된다. 플래스틱 물병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와인을 넣고 물병을 눌러서 공기 있는 부분을 없앤
다음 뚜껑을 닫으면 같은 효과를 낸다. 이렇게 냉장고에서 보관한 와인은 요리용으로 2주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마실 와인이라면 하루 이틀내에 마셔야 한다.
남은 와인을 얼음 트레이에 넣어 얼린 다음 밀봉해 두었다가 요리할 때 하나씩 꺼내 쓰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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