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병구 총영사의 이임

2006-02-0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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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진호 <베데스다, MD>

등대불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면 더 아름답고 밝아 보인다. 한 사람의 사랑과 열정으로 이루어지는 업적도 오늘보다는 내일 바라보면 더 아름답고 값있게 보일 것이다.
최 총영사가 1년 6개월 전 한국외교통상부의 해외총영사관중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워싱턴 총영사관의 총영사로 부임하였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역대 어느 총영사보다도 교민들에 대한 사람과 열정을 가지고 다가와 교포들과 호흡을 같이 함으로써 우리는 그의 이름을 거의 매일같이 한국신문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총영사관의 임무는 재외교민의 보호이다. 보호라는 광의적인 의미 속에는 민원업무, 본국과의 문화교류, 교포들의 안정, 한국 정부와의 유대강화 등 많은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한 막중한 임무를 띠고 그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사업은 많다. 그 중에서도 다음 세 가지 사업이 교포들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끔 하는 사업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째, 민원업무의 획기적인 개선이다. 나는 작년 9월에 민원관계로 총영사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민원 창구들이 마치 은행처럼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고, 그 안에서 젊은 남녀 직원들이 친절하게 교민들의 민원을 처리하고 있었다.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아, 이제 총영사관이 교민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하지 않고 있는 봉사, 즉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국계 미국시민들에게도 한국 국적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총영사관의 웹사이트는 내용이 구체적이고도 조직적으로 분류되어 있어 사전에 모든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민원을 신청할 수가 있어서 시간과 노력을 대폭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아마도 민원업무의 개선에 굳건한 반석을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끔 하였다.
둘째, 교민단체의 육성과 교포사회의 화합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많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지원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제자리에 서지 못하고 있는 한인단체들의 육성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였고 그리고 한인교포들의 미국정치 참여를 신장하기 위한 한인단체들의 세미나 개최 등을 후원하기도 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작년 10월 맥클린에 있는 한 호텔에서 LOKA-USA 주체로 개최한 ‘한인정치참여’ 포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고 한인교포들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각종 사회봉사단체들을 격려하고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하였다.
셋째,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 가깝게는 문민정부시절 그 높았던 영사관의 문턱을 대폭 낮추었다는 사실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르는 당연한 변화이겠지만 총영사의 교민에 대한 사랑과 섬기겠다는 확고한 철학이 없다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3년이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난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지만 좀더 비중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본국으로 귀환하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워싱턴 총영사관에서의 근무는 많은 유능한 선임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오랜 외교관 생활 중 가장 보람있고 가장 귀중한 경험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진한 아쉬움을 간직한 채 다음의 말을 드리며 작별의 인사를 대신하고 싶다.
‘21세기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에 대한 한국외교정책에 있어서 미국교포의 위치’ 라는 명제를 어디에서 어떤 외교업무를 수행하시더라도 가슴에 깊이 새기시면서 일을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도진호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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