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르익은 포도 적절하게 얼어야 제맛

2006-02-01 (수)
크게 작게
아이스 와인

나무에 매달린 채 얼기와 녹기 반복 과즙의 향 ·맛 최고
수확량 적어 값 비싸

보통 와인병과는 다르게 생긴, 가늘고 긴 병의 와인을 와인샵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스와인’(icewine). 흔히 ‘신들의 음료’(nectar of the gods)라고 불리는 아주 달콤하고 희귀한 진한 금빛의 술이다.
아이스와인이라는 이름은 언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데서 이름 붙여진 것으로, 포도를 가을에 수확하지 않고 얼어버리는 한겨울까지 기다렸다가 아주 추운 새벽 해뜨기 전에 손으로 따서 만드는 와인이다.(요즘은 기계 수확도 가능해졌다)
기온이 화씨 10도(섭씨 영하7~12도)까지 내려가 포도알의 당도와 산도가 완전히 농축된 채로 얼어있을 때가 가장 적절한 수확시기라고 한다. 한 여름 태양과 비, 더위와 추위의 적절한 균형 속에 잘 무르익은 포도가 나무에 매달린 채로 수분은 차츰 증발하면서 얼기와 녹기가 반복되면 포도알 속의 과즙은 향과 맛이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그 상태에서 얼어붙은 냉동 포도알을 압착하면 맛과 산도가 최대한 농축된 와인이 얻어진다. 언 상태에서 압착해야 하기 때문에 발효 직전까지의 공정과정이 실외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중요한 것은 극도로 무르익은 포도가 적절하게 얼어야 좋은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조건이 맞지 않는 해에는 생산되지 않는다. 산출량도 보통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양에 비하여 냉동 포도는 10분의1밖에 안 나오기 때문에 그 희귀성과 적은 산출량, 더 많은 생산비용으로 인하여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아이스와인은 1700년대 후반 독일에서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찍 한파가 몰려오자 미처 포도 수확을 마치지 못했던 농부들이 뒤늦게 얼어붙은 포도에서 즙을 짜냈는데 너무나 달고 향기로웠다. 이 즙을 발효시켰더니 이제껏 맛보지 못한 신비하고 맛있는 와인이 탄생했던 것이다.(독일에서는 ‘아이스바인’(Eiswein)이라고 부른다)
이후 상업적으로 양조되기 시작한 아이스와인은 아직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지긴 하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최대의 산지는 캐나다의 온타리오, 나이애가라 반도이다. 이 지역에서 40~50개 와이너리들이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으로 수출하는 양은 적은데 비해 가장 중요한 마켓이 아시아 국가들이라고 하니, 의외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스와인은 대개의 디저트 와인들이 그렇든 반병짜리(half bottle, 375ml) 작은 병에 담겨져 있는데 보통 40~60달러이며, 반의 반병짜리(quarter bottle 187ml)도 나오고 있다. 값도 비싸지만 워낙 달고 진하기 때문에 많이 마시기 부담스러운 측면에서 작은 병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가장 유명한 아이스와인은 캐나다의 이니스킬린(Inniskillin)으로 반병짜리가 60달러이다. 그 외에도 와인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로는 잭슨 트리그스(Jackson Triggs), 미션 힐(Mission Hill), 펠러 에스테이트(Peller Estate), S.L.C. 리즐링 아이스와인 등이 있다.
미국에서도 아이스와인을 만들고 있다. 1981년으로 뉴욕 핑거 레이크 지역의 ‘그레이트 웨스턴’ 와이너리에서 실험적으로 처음 만들었는데 의외의 성공을 거두어 유명해졌다. 지금은 워싱턴 주에서도 아이스와인을 만드는데 야키마 밸리의 ‘코베이 런’ 리저브 세미용(Covey Run Reserve Semillon Ice Wine, 23달러)은 가격도 저렴하고 캐나다 산 못지 않은 맛을 낸다.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에서도 드물게 아이스와인을 만드는 곳이 있는데 포도를 따다가 냉동고에서 얼린 다음에 만들기 때문에 맛은 비슷할지 몰라도 진정한 아이스와인은 아니다.
아이스와인을 만드는 주 포도품종은 리즐링이나 비달이고 간혹 카버네 프랑이 섞이기도 한다.
아이스와인의 맛은 복숭아, 리치, 망고, 살구 같은 과일향이 진하고 강렬하다. 달고 진하면서도 결코 질리거나 물리지 않는 이유는 단맛과 신맛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아이스와인을 한 모금 머금으면 그 만족스런 달콤함 때문에 사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 때나 마시기보다 특별한 때 마시는 것이 좋고, 음식과 함께 보다는 식후 디저트 와인으로 달콤한 케익과 함께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것이 좋겠다.




뉴욕 주 ‘헌트 컨트리’ 와이너리에서 손으로 일일이 언 포도를 따고 있는 농부들.



해뜨기 전 새벽,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 포도 수확을 해야 한다. 한겨울 야생동물들이 따먹는 것을 막기 위해 포도원 주위에 철조망을 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AP>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