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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고래 구경가세

2006-01-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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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고래 구경가세

매년 이맘때면 남가주 해안선을 따라 흥미진진한 고래 구경이 벌어진다.

롱비치 수족관서 운영하는
‘와일드 라이프 크루즈’인기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남가주를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있다. 바로 캘리포니아 해안선을 따라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제공한 회색고래들이다. 요즘 해안 곳곳에 차를 세워놓고 수평선을 망원경으로 관망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들이 다름 아닌 고래를 관찰하는 사람들이다. 1월이면 남가주 각 항만에서는 고래관광선이 매일 같이 출항하게 되는데 서부지역 최대 규모인 롱비치 퍼시픽 수족관에서도 주말마다 관객들이 직접 배를 타고 롱비치 앞 바다에서 서식하는 해양생물들과 고래의 이동을 관찰하는 ‘와일드 라이프 고래 크루즈’(Wildlife & Whale Cruise) 프로그램을 최근 시작해 인기를 끌고 있다. 롱비치 수족관의 프로그램은 고래구경뿐만 아니라 남가주 해안의 각종 생물들도 덤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녀들과 함께 꼭 한번 참여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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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스버디스 등 남가주 여러 해변에는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남가주에서 고래구경은 두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는데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고래가 잘 지나다니는 해안 절벽과 언덕 등에서 고래의 행진을 관측하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크고 작은 항구마다 운행되고 있는 고래관광선을 타는 것이다.
고래관광선 중 가장 특별한 것이 바로 롱비치 수족관이 운영하는 ‘와일드 라이프’ 고래관광이다.
발랄한 가이드의 리드로 배에 오르자 선장의 출항 신호가 우렁차하게 들린다. 높은 고동소리를 한바탕 질러댄 보트는 마침내 고래를 찾아 망망대해로 나선다. 자신보다 수백 배는 크지만 지금은 항구에 오래된 거목처럼 묶여버린 퀸 메리호를 옆으로 하고 서서히 롱비치 항구를 떠난다.
두꺼운 옷을 껴입고 카메라 혹은 망원경을 둘러멘 구경꾼들이 갑판에 나와 곧 보게 될 회색고래를 상상하며 흥분된 모습으로 수평선을 바라본다. 뱃머리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물보라와 제법 쌀쌀한 바닷바람은 성급한 몇몇 사람들로 하여금 벌써부터 망원경으로 수면 이곳저곳을 살펴보도록 강한 충동을 이끌어낸다.
롱비치 수족관의 고래관광은 해양학자들이 직접 나와 고래 이동에 대한 설명을 하기 때문에 더욱 유익하다. 회색고래들은 바하 캘리포니아 남서변의 샌이그나시오 만에서 새끼를 낳고 1월 말께가 되면 여름철 동안 크릴 등 먹이가 풍부한 북극해를 향해 서서히 이동을 시작한다.
회색고래는 항상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데 각 무리마다 성년 고래 한 마리가 앞장을 서고 뒤를 이어 숫고래와 짝이 없는 암고래 그리고 마지막에 새끼를 거느린 어미 고래들이 뒤쳐져 따라간다.
회색고래는 대개 6월부터 10월까지 북극해에서 지내다가 10, 11월이 되면 5,000여마일의 3개월 장정을 거쳐 바하 캘리포니아에 도착하고 다시 2~3월이 되면 북극해로 돌아가는데 이 기간이 고래구경의 피크를 이룬다.
1시간 정도 항진했을까 “서쪽 방향으로 이동중인 회색고래가 발견됐다”는 선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저마다 준비한 망원경이나 카메라를 들고 수면으로 떠오를 고래를 기다린다. 수분간의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숨구멍으로 큰 숨을 토하며 수면 위로 긴 등과 꼬리 부분을 잠깐 드러낸 후 다시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는 회색고래가 보였다.
고래구경은 때에 따라서 지루할 수 있으며 운이 없으면 고래 자체를 발견하지 못하고 끝나기도 한다. 사진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고래가 하늘로 치솟는 브리칭(breaching) 등은 4~5번 관광에 나서야 한번 정도 목격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수족관의 고래관광선을 타면 고래구경 외에도 부두만 옆으로 설치된 부이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바다사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고 물개나 돌고래들도 관광선 옆으로 접근하기를 좋아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들에 대한 생태계 설명이 또한 재미있다.
고래구경의 최고의 적은 배 멀미. 배 멀미 약을 복용하고 마켓에서 생강을 술안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씹으면 배 멀미에 신통한 효과가 있다. 망원경을 지참한다. 고래를 찾을 때는 육안으로 먼저 확인한 뒤 망원경을 사용하는 것이 요령이다. 바다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준비하는 것도 잃지 말자. 방수·방풍 처리가 잘된 파카 등 외투를 입고 내의도 입는다. 신발은 간편한 것으로 신는다.
‘와일드 라이프’ 보트투어는 오는 3월까지 매 주말 12일 등에 출발한다. 출항시간은 오전 10시. 참가료는 성인 52달러, 어린이(3~12세) 31달러. 참가료에는 수족관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
퍼시픽 수족관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장한다. 입장료는 성인 19.95달러, 어린이(3~11세) 11.95달러, 노인(60세 이상) 16.95달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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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LA에서 5번 프리웨이 사우스를 타고 710번 사우스로 갈아탄다. 710번이 끝나는 지점에 롱비치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는 표지판을 나오고 이 길을 따라 수족관 안내판이 보인다. 퀸 메리 드라이브 등 나가는 길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수족관’(Aquarium)이라는 표시를 잘 보고 따라가야 한다.
문의 (562)590-3100
www.aquariumofpacific.org


남가주 고래관광선 및 고래 관찰 지역

▲하버 브리즈 크루즈
(Harbor Breeze Cruises)
롱비치 항만에서 운행하는 고래관광선으로 오는 4월초까지 관광선이 출항한다. 해양학자들이 직접 승선해 고래의 생태와 이동에 대한 설명을 한다.
2시간30분 정도 항해하는 관광선은 주중에는 매일 정오와 오후 3시에 각각 출발한다.
승선료는 성인 20달, 어린이(6~12세) 10달러이며 6세 미만은 무료.
관광선은 롱비치 항만 레인보우 하버의 2번 피어(Pier 2, Rainbow Harbor)에서 떠난다.
문의 (800)900-8188 2seewhales.com

▲마리나 델레이 (Marina Del Rey)
태평양 연안의 최고 인공오락 항구로 1만척 이상의 보트가 항구에 떠 있다.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디너 보드(Hornblower)가 낮에는 고래관광선으로 변한다.
승선료는 성인 16달러, 어린이 10달러. 문의 (310)301-6000.
마리나 델레이는 매니큐어를 칠한 듯 단장된 화단의 부둣가와 어울러져 이 사이를 모텔, 호텔, 샤핑센터들이 들어서 있다.
항구를 도는 유람선도 매시간 운항하며 상점, 레스토랑, 미술관들이 피셔맨 빌리지에 모여 있다.


▲롱비치 웨일 호(Whale Ho)
대형 세일링 선박에서 식사를 하면서 고래를 구경한다.
부페식으로 서브하는 일요일 브런치는 성인 40달러, 어린이 20달러이며 바비큐 식으로 서브하는 토요일 런치보트의 승선료는 성인 28달러, 어린이 20달러.
문의 (714)970-8800.
웨일 호 바로 옆에는 유명한 롱비치 수족관이 있다. 고래구경을 한 뒤 자녀들과 수족관을 방문하면 즐거운 주말 하루를 만들 수 있다.
수족관 문의 (562)590-3100

▲팔로스버디스(Palos Verdes)
반도의 시원한 겨울바다를 끼고 도는 LA 제일의 조망 드라이브 코스이다. 바다와 연결된 절벽이 많아 고래구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드라이빙 코스는 반도를 따라 약 15마일 가량 이어지는데 곳곳에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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