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려의 매너와 스타일/ 아메리칸 드림

2006-01-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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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꿈으로....

아침에 잠이 깨는 순간 몸을 움직이지 않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바로 직전에 꾼 꿈과 연관이 있다고 쓴 글을 읽었다. 보통은 무슨 꿈을 꾸었는지 전혀 생각이 안 나지만 가끔씩 밤새 이상한 꿈으로 시달렸던지 아니면 굉장히 기분 좋은 꿈을 꾸었던지 할 때에는 그것을 해몽해 보려고 하긴 해도 신통한 답을 얻어 본 적은 없다.

잠이 깨자마자 일부러 꼼짝 않고 누워서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를 헤아려볼 여유가 아직은 없었지만,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꿈을 꾸고 나서도 어떨 때는 ‘아마... 이런 뜻 아닌가?’ 마음속 깊숙이 은밀하게 집히는 느낌이 있기는 하다. 그러고 보니 매일 밤 총천연색으로 꾸는 꿈마다 신경을 쓰면서도 또 매해 정초가 되면 혹시 운수 대통할 돼지꿈이나 안 꿀까 기대까지 하면서도 내가 처음 미국에 올 때 갖고 온 ‘꿈’에 대해서는 별 신경 안 쓰고 살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은 이제 고사성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미국에서는 이룰 수 있다고 해서 혹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미국에 와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과연 그 꿈을 아직도 꾸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밀레니엄으로 떠들던 2000년을 시작하던 감격도 시들해진 지금쯤 흔한 ‘올해는...’의 ‘작심삼일’에 내가 처음 갖고 온 잘살아 보겠다던 ‘아메리칸 드림’을 새롭게 떠올려보고 싶다. 물론 지금 분명히 한국서보다는 잘 살고 있다고 해서 과연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진정 잘살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매번 부지런할 것, 다이어트 할 것, 영어를 잘 할 것....등등을 적어보던 연례행사 ‘작심삼일’에 올해는 다른 것은 다 빼고 마음의 ‘여유(餘裕)’라는 항목을 넣어본다.

비싼 옷을 파는 백화점엘 가서 ‘아유 비싸다’고 하고, 큰 집으로 이사 가려고 큰 집을 보러 다니면서 ‘어머 이걸 다 어떻게 치우면서 살지?’ 하면 그건 이미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이거 비싼 거야”라며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절대로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비싼 것을 비싸게 여기지 않는 마음이 따라주어야 진정한 여유가 있는 것이다. 즉,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넉넉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여유’가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 영화에서만 보던 그 멋진나라 미국에 와서 나도 ‘멋지게’ 살아보겠다던 아메리칸 드림이 역시 돼지꿈이었다고 해몽할 수 있는 올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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