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려의 매너와 스타일/ 집안 꾸미기 3

2005-12-1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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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과 취미를 살려, 무미건조한 주거공간에 의미를 부여

어느 분이 20 여 년간 모아온 유리 새(Bird) 장식으로 올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 때 꼭 와서 보라고 해서, 그동안 매년 적당히 이것저것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오던 나의 20년이 허성 세월이었던 것을 후회했다.

조개껍질로 장식한 거울이나 해수욕장에서 파는 조개껍질을 이용한 기념품들을 무척 촌스럽다고 여기면서도 바닷가엘 가면 누구나 조개껍질을 주워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모아놓은 조개껍질들을 주체하지 못해 여기저기 옮겨놓다가는 결국엔 버리곤 했다. 그런데, 몇 년 전 [엘 데코(Elle Deco])라는 인테리어 잡지의 편집장 집에 갔을 때 그 조개껍질들로 온 집안을 꾸며 놓은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사방 벽과 창문 가장자리와 벽난로 뿐 아니라 침대머리, 의자 등 온갖 가구에까지 각종 조개껍질을 붙였는데, 카펫이나 소파, 꽃, 그릇 등 집안
의 다른 요소들이 모두가 다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사람은 멋지게 꾸며놓은 자기 집을 뇌성마비를 위한 구호모금을 위해 공개했던 것이고, 그로인해 한국 잡지에도 ‘멋진 집’으로서 소개가 되었으며 나중에는 뉴욕 타임스 홈 섹션에 크게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인테리어 잡지를 만드는 전문가니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었겠으나, 그도 시작은 나처럼 그저 조개껍질을 좋아해서 모으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모은다는 것이 단순히 모아두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것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고 그것으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었다.

현재 미국의 유명한 만화영화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그린 코믹한 그림들로 집안을 장식하고 있는 이웃집에는 갈 때마다 마치 갤러리에 온 듯이 거실과 복도에 걸린 그림들을 다시한번 감상하고 혹시 또 새로 걸어놓은 그림이 있으면 그 그림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 한국 사람들의 집엘 가보면 어느 집이나 똑 같다. 현관에 놓인 신발장 옆에 쭈욱 나라비한 덧신들로 시작해, 벽에는 성구나 가족사진의 액자, 레이스로 덮게를 한 피아노가 한편에 있는 거실 제일 중요한 자리에 대형 최신식 텔레비젼, 창가에는 꽃 화분... 집 주인의 취미나 개성이 보이는 어느 구석도 볼 수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내버려두면 그저 비나 눈을 막아주는 셸터의 역할을 할 뿐이지만, 자신의 독특함과 남다른 취미를 살리고, 어떻게 꾸미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무미건조한 공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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