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봉춘의 이집트 기행 (2)

2005-12-0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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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완에 도착하여 코옴보 신전을 구경하고 아스완댐 건설로 수몰위기에서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언덕으로 이전한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신전을 둘러봤다. 신전의 벽화와 상현문자는 천연 염료로 채색하여 지금까지 그 화려하고 섬세한 표현이 변색되지 않고 남아 있다.

아스완 지역의 에리판틴섬에서 페허로 남아 있는 성 시메온 수도원의 잔해를 볼 수 있고 수도원에서 이집트 원주민인 누비안 족의 마을까지 약 5마일 정도는 약대를 타고 캐러번을 했다. 이집트의 도심지 사람들은 로마, 프랑스, 영국의 영향을 받아 서구화됐으나 누비안족은 그들만
의 독특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고 인상은 왜소하고 빈곤한 생활을 지금껏 못 벗어나고 있다. 아스완에서 에리판틴섬으로 가는 페리칸이라고 하는 돛단배를 이용했는데 돛의 높이가 엄청났다. 이 독특한 보트가 나일강 풍경을 바쳐주는 범선이다. 초등학교 2,3학년쯤 보이는 꼬마 소년
이 합판으로 만든 길이 1m, 폭 50cm도 안되는 손바닥만한 보트를 타고 손바닥으로 노를 저으면서 페리칸 뱃전에 달라붙어 구슬픈 노랫가락을 읊으며 나그네들의 동정심을 불러낸다.

역시 이집트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기자지역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아닐까.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첫 번째인 피라미드는 그 엄청난 크기와 기하학적인 좌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상상으로도 가늠할 수 없다. 카프레왕의 피라미드에 딸린 스핑크스가 흔히 그림엽서나 달력에서
보아온 이집트의 상징물 거대한 두상이다. 카이로 남서쪽 150km에 위치한 기자의 최대 피라미드군으로 쿠푸왕이 건설했다는 제 1 피라미드 옆에 제2, 제3 피라미드가 있고 주위에 소 피라미드도 산재하다.


돌 한 개가 평균 2.5톤, 230만개의 돌을 146m 높이로 쌓아 올린 거대한 형체는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도 못할 구조물이다. 그 신비에 쌓인 고분의 내부를 입장료만 지불하면 누구나 구경할 수 있다. 키가 작은 사람이 허리를 구부려도 비좁은 통로의 천정에 머리끝을 수없이 부딪치며 가파르게 경사진 좁은 계단을 내려간다. 부장품을 넣었다는 중간 중간의 작은 방을 지나쳐 또 좁은 통로를 통해 내려가 현실의 방 앞에 이르렀다.

세상에서 제일 큰 무덤에 남아 있을 호화로운 부장품과 유물을 볼 수 있는 기대를 하고 찾아온필자는 도굴꾼들이 값진 부장품들을 모조리 빼가고 2,3평의 텅 빈 공간 뿐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본 순간 허탈감에 빠졌다.거기엔 상형문자도 부조된 그림도 없고 오직 회백색 네모난 방으로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와 5000년의 허망함만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피라미드 내부를 보지 못해도 후회하고 보고 나서도 후회한다는 말이 있나보다.숨막힐듯 탁한 공기가 가득한 밀실을 빠져 나오니 정오의 태양은 지중해의 훈풍을 타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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