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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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 있는 자녀 모두 모여라

2005-11-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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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은 어린이 배우 엑스포

아이를 낳은 부모는 누구나 한번쯤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내 아이가 스타가 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고 한다. 신문, 잡지, TV, 영화스크린에서 무수한 어린이 모델과 배우들을 보면서 내 아이도 저렇게 세상의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 두 세살짜리 아이가 가수의 노래나 몸짓을 따라하면 혹시라도 제2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저스틴 팀버래이크가 나오는 것 아닌가 관심을 보이는 주위 사람들. 그리고 유난히 본인 스스로 그런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아이들. 그래서 연예인의 희망을 갖고 수없이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오늘도 쇼 비즈니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키드쇼비즈 매거진(Kid Showbiz Magazine)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어린이 10명 중 9명이 한 때 연예계 관련 직업을 꿈꾼 적이 있으며, 부모 10명 중 7명이 아이가 원한다면 연예인이 되는 것을 적극 돕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고 답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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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혹시 ‘스타’가 될 가능성은 없을까. 자녀에게서 ‘스타 탄생’을 기대하는 부모들이 생각 보다 많다. 그런 부모들은 ‘어린이 배우 엑스포’등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배우·모델 꿈꾸는 5~18세 청소년대상
오디션·캐스팅 및 연예계 정보등 제공

스타를 꿈꾸는 아이과 부모, 특히 한인 어린이 및 청소년과 부모들이 연예계에 진출하고자 할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생소한 분야에 대한 사전 지식도 부족하고, 만만찮은 경쟁력을 뚫을 수단이나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19일, 남가주에서 열리는 어린이 및 청소년 배우를 위한 엑스포(Youth Actors Expo)는 그처럼 배우나 모델이 되기를 꿈꾸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국내 최초의 박람회다.
5세부터 18세 어린이 및 청소년과 부모를 겨냥한 이 행사는 전문가들과 자유로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개 토론회와 각종 세미나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이 외에 50여개 관련 기관, 학교, 학원, 업체 등에서 참가하여 연예계 진출에 필요한 기초상식과 이미 연예계에 들어선 어린 연예인들이 알아야 할 정보 등을 제공하게 된다.
현재 활동 중인 어린이 배우, 청소년 모델, 탤런트 에이전트, 캐스팅 감독, 연기 감독 등 실무를 맡은 전문가들이 오디션에서부터 캐스팅까지, 그리고 활동하면서 겪는 연예계 내부의 다양한 면을 설명하며, 그 외에도 배우 조합(Actors Guild), 거래 개선 협회(Better Business Bureau) 등의 단체와 재정관리 전문가까지 참가하여 어린 연예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 사기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 등 연예계에 처음 발을 디디려는 배우 지망생과 부모들에게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알려줄 계획이다.


기다림·강행군 연속… 부모는 ‘죽을 맛’

3세때 친구따라 모델 에이전시 소속
한컷 찍기위해 몇시간씩 대기 일쑤

한인어린이 레오나르도 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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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꼬마 모델 레오나르도 김군이 뉴욕의 한 사진스튜디오에서 잡지 촬영을 하는 모습.

어린 연예인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좋은 부모와 에이전트다. 특히 배우나 모델의 나이가 어릴수록 아이 자신보다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린 연예인의 직업은 곧 ‘부모의 커리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
보호자가 모든 스케줄을 정리하고 계획해서 추진해야 하며, 단순히 현장에 오가거나 대사를 외우는 기본적인 준비 이외에도 아이의 건강, 신체조건, 심지어는 작업이 있는 날의 기분이나 상태까지 치밀하게 조절해 주어야 한다는 것.
한때 뉴욕에서 모델활동을 활발히 했던 레오나르도 역시 어머니 김정혜씨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일을 하게 된 케이스다.
김씨는 레오나르도가 3세 때 친구를 따라 모델 에이전시를 찾았는데, 평소 활달하고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의 레오나르도가 에이전트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고, 그날부터 하루 아침에 에이전시 소속이 되었다는 것.
광고의 천국 맨해턴과 가까운 뉴저지에 살던 덕에 김씨는 곧 레오나르도를 세 군데 에이전시 소속으로 만들었고, 노스트롬, 메이시즈, 시어즈, 타겟 등 백화점 및 대형 소매상에 이어 어린이 케이블 방송 디즈니채널(Disney Channel)과 닉켈로디언(Nickelodeon)에 출연하는 행운을 얻었다.
“처음 할 때는 동양인이기 때문에 무조건 일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오디션을 가보면 동양계 아이들이 의외로 많고 경쟁이 심했죠.” 김씨와 레오나르도는 모델 보수보다 주차료가 더 비싼 맨해턴을 일주일에도 몇 번씩 오가면서 오디션을 다녔다고 한다.
한 오디션당 경쟁률은 거의 100대 1 수준. 짧으면 10분에서부터 1시간 가량 소요되는 오디션을 마치고 나면 3-4일내로 에이전시에서 통보가 왔다. 그리고 합격이 되면 그 날부터 며칠씩 스케줄이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고. “그 3-4일 동안은 아이를 놀러 내보내지도 못하고 전화 옆에서만 기다려요. 어느날 전화가 와서 됐다고 하면 그 때부터 촬영 당일까지 정말 꼼짝않고 또 기다리죠. 안됐다고 하면 그 때부터 또 에이전시의 전화를 기다려서 다음 오디션을 찾아가요.”
이렇듯 배우나 모델 일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TV쇼나 영화에 출연하는 어린 연예인들은 보호자와 함께 촬영장을 떠나지 못하고 개인교사와 공부도 하고 비디오게임이나 독서 등으로 몇시간씩 계속되는 대기상태를 견뎌야 한다.
특히 유아의 경우, 한 신을 위해 10-20명의 후보를 대기실에 두고 필요한 신에 가장 적합한 상태인 아이를 순간적으로 캐스팅해서 촬영하기 때문에, 잠든 아이가 필요하다는 지시가 떨어지면 스무명의 엄마들이 아기를 먼저 재우기 위해 스튜디오 안을 다니면서 온갖 재주를 피우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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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엑스포에 참가하는 어린 배우들. 빈센트 말텔라, 코디 애렌스, 조르단-클레어 그린, 크리스타 B.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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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모델 일을 한 회사 캐털로그에 매번 출연하는 고정계약을 맺는 어린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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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모델은 표지라는 매력 자체가 장점이기 때문에 일반 모델료보다 보수가 낮지만 부모들 사이에 인기다.


오디션 등 할리웃 진출 방법

시간·노력만큼 보수 안따라 포기 늘어
사전지식·정보와 집중적 훈련 받아야

FOX TV의 연속극 House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킴 발렌타인은 어린 모델이나 배우도 어른과 똑같이 한 배역을 맡기 위해 여러 오디션을 거쳐야 하며, 그 때마다 무수한 거절을 경험함으로써 어른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전한다. 이 때, 그런 거절은 아이의 능력보다는 외모에, 그리고 실제 성격보다는 1-2분 이내에 겉으로 보여지는 외형적인 조건에 의존하는데에 문제가 있다는 것. 그래서 아기 때 모델을 하다가도 차츰 나이가 들면서 부모의 권유로 일을 그만두는 아이들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아이와 부모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보수가 따라주지 않는 것도 일부 어린 연예인들이 중도하차를 선택하는 이유.
지면 광고의 경우 시간당 60-75달러의 보수가 주어지는데, 사진촬영은 준비시간을 합쳐도 짧으면 30분에서 최고 2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 따라서 한 건당 100~150달러 이상을 받는 예가 거의 없다.
TV 광고 역시 하루 보수가 1,000-1,200달러 수준이지만 보통 촬영은 3-4시간 이내에 끝나버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모델에게 돌아가는 액수는 그보다 훨씬 적게 계산된다.
레오나르도가 닉켈로디언의 블루스 클루스(Blue’s Clues) 중 한 에피소드에서 주연을 맡아 받은 보수는 1,000달러. 이틀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행군으로 촬영한 결과였다.
물론 전국 4대 네트웍에 나가는 광고나 주요 TV 및 영화에 출연하는 기회를 잡으면 대학교, 대학원 학비까지 벌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부모들 사이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브렌트우드의 켄터 캐년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타마라는 지난 여름, 단순히 모델이 되기 위한 목적으로 가족과 함께 LA로 이주했다. 두 달간 유명 에이전시 소속으로 온갖 오디션을 치렀지만 단 한건의 모델 일도 잡지 못하자, 결국 엄마가 심리적, 재정적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고 콜로라도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 경우.
전문가들은 타마라와 같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전 지식과 정보가 중요하며, 쉽지 않은 업계에 발을 디딘 이상 그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지혜와 인내를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가족이나 친지들이 보기에 단순히 예쁘고 영리하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진 촬영하는 동안 얌전히 여러 표정이나 자세를 만들 수 있는 아이, 크게 튀지 않는 아이,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아이, 나이보다 작고 어려보이는 아이 등이 일반적으로 볼 때 조각 같은 외모나 유난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보다 훨씬 일을 얻을 확률이 높다는 것.
그러나 재능이 있을 때는 전문 코치를 찾아 훈련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 러브액츄얼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너무도 멋지게 불러 청소년 스타가 된 올리비아 올슨도 수년간 LA에서 성악과 발성, 작곡 등 각종 음악레슨을 받아 꾸준히 노력한 경우.
할리웃 에이전트들은 연예계 진출을 고려하는 부모들에게 제일 먼저 학원이나 개인교습을 통해 아이가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음악, 무용, 연기 등 여러 방면에서 시도해 보고 아이가 열정을 갖는 분야를 찾아서 집중적으로 훈련을 쌓아야 한다는 것.
이와 같이 연예계 진출을 추구하는 청소년과 부모들을 위해 어린 배우의 부모들이 만든 웹사이트 BizParentz.com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Youth Actors Expo는 Millikan Middle School and Performing Arts Magnet, 5041 Sunnyslope Ave. Sherman Oaks에서 오전 10시-오후 6시 열리며, 자세한 내용은 vrevents.com에서 찾을 수 있다.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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