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드 세일
더위가 물러가고 나뭇잎이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는 10월만큼 야드세일을 하기 좋은 때도 없다. 여름내 바다로 산으로 다니던 사람들이 차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늘은 푸르고 따뜻한 햇빛 사이로 부는 바람까지 왠지 방안에 들어앉아 있기에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가한 가을 주말,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까운 이웃에서 열리는 야드세일을 찾거나, 좀더 모험심을 발휘해서 직접 야드세일을 열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야드세일을 계획하고, 품목을 정하고, 주말을 함께 보냄으로써 가족간의 유대를 재확인하고, 그동안 미뤄왔던 대청소까지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야드세일에 필요한 준비물에서부터, 야드세일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방법, 야드세일 샤핑 때 알아두어야 할 상식까지 야드세일에 관한 모든 것을 짚어본다.
가을맞이 대청소에 돈까지 벌어
잘 고르면 폐품더미서 ‘보석’찾기도
“깎아달라” 흥정 재미가 쏠쏠
글렌데일에 거주하는 릴리안은 부엌과 욕실 리모델링을 앞두고 짐을 정리하던 중 쓸 곳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이 집안 곳곳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 방과 차고를 둘러보니 쓰지 않고 먼지만 쌓여 있는 물건이 이삿짐 상자 서너 개는 될 듯 싶었다. 릴리안은 방학이 끝나기 전, 아이들과 함께 대청소를 실시하고 야드세일을 열기로 했다.
8월 마지막 토요일, 온 식구가 매달려 물건을 늘어놓고 야드세일을 한 결과 400여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다섯 식구가 주말 네 시간 동안 앞마당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는 꽤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차고 한 벽을 차지했던 9학년, 10학년짜리 아이들의 오랜 장난감 상자들이 사라졌고, 이사할 때마다 골칫거리이던 낡은 컴퓨터와 프린터도 처치할 수 있었다. 물론 6년 전 2,000여달러를 주고 산 당시 최고급 기계를 불과 20달러에 팔 때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만, 아무에게도 쓸모 없는 물건을 집어가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난생 처음, 그것도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시도한 야드세일인데다, 주변에 상가가 거의 없는 주택가에서 사람들이 표지판 하나만 보고 와준 것이 신기했다.
릴리안의 집을 찾은 손님들은 이웃 주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여러 블럭 떨어져 있어 웬만해선 한 동네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 만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오전 9시부터 시작이라고 표지판에 명시했건만 7시부터 집 앞에 차를 대놓고 내오는 물건마다 들여다보며 가격을 흥정한 전문 야드세일꾼도 있었다.
릴리안은 9시가 되기 전 이미 그 손님에게 물건 절반 이상을 100여달러에 팔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가격을 좀 더 올려 받았어도 괜찮았겠다는 후회가 됐다고 했다.
야드세일 때는 이런 전문 야드세일꾼이 한두 명은 반드시 나타난다. 보통 세일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와서 기다렸다가 다른 손님들이 오기 전에 필요한 물건을 싹쓸이해 간다. 그들이 사가는 물건은 중고물품상이나 플리마켓(flea market)에서, 혹은 다른 야드세일에서, 구입된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다시 팔리게 된다.
또 다른 부류의 전문가는 야드세일이 취미인 사람들이다. 특히 여성 중에 많은데, 같은 물건을 좀 더 싸게 산다는 매력과 언뜻 쓰레기로 보일 수도 있는 물건더미에서 보석을 찾아내는 쾌감 때문에 주말마다 광고를 미리 보고 야드세일을 찾아다니는 바겐 헌터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물건값을 일일이 알고 있기 때문에 값이 적당하다고 생각되면 깎지도 않고 예의 바르게 구매하는 편이지만, 물건을 파는 쪽이 허점을 보이면 언제든 빡빡한 흥정을 걸어온다.
샌타모니카 바닷가에서 불과 5분 거리인 링컨과 피코. 한 주유소 뒷골목 콘도 주차장에서 케이시는 벌써 몇주째 주말마다 야드세일을 하고 있다. 시아버지가 콘도를 소유하고 있는 덕에 차고를 이용해서 물건을 파는 것이다.
손재주가 좋은 케이시는 인형집(doll house)과 귀신집(haunted house)을 비롯해서 십자가, 그림 등 자신이 만든 수공품을 많이 갖고 있다. 동네가 동네이니 만큼 가격은 다른 남가주 주택가들에 비해 조금 높고, 야드세일을 찾는 사람들 또한 가족 단위보다는 젊은층이 많은 편이다.
케이시는 토요일 오전 10시께부터 물건을 진열하고 오후 1~2시에 접는다. 핼로윈을 앞두고 제일 큰 귀신 집(50×30인치 크기에 높이 40인치인 3층집 모양)을 판 이 날은 수입이 200달러 가까이 올랐지만, 지난주에는 오후 3시가 넘어서까지도 인적이 드물어서 종일 60달러 남짓 벌었다.
사실 야드세일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주말마다 하는 야드세일은 효과가 전혀 없다. 물건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식상하기 때문에 찾지 않는다는 것. 많은 경험자들이 야드세일을 굳이 주말 이틀동안 보다는 토요일 오전 중에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일요일 야드세일은 할 일이 도저히 없어서 앞마당에 나와 앉아 있겠다는 태도가 아니면 시간 낭비이다.
이렇듯 야드세일에도 노하우가 생기다 보니 요즘에는 이웃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야드세일이 늘고 있다. 지난 주말, 샌개브리엘의 한 교회에서는 주차장 세일이 벌어졌고, 치노힐스에서는 다섯 가구가 모인 야드세일, 웨스트LA에서는 네 가족, 브렌트우드에서는 여섯 가족이 모여서 야드세일을 했다. 그들이 벌어들인 액수는 가구당 200달러에서 800달러까지 다양한데, 혼자 했을 때보다 쉽게 많이 팔았다는 부분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가구 야드세일의 장점은 당연히 물건과 일손이 많다는 점이다. 야드세일은 일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물건이 다양해야 장사가 더 잘된다. 그래서 개인이 하는 야드세일이 4시간 이상씩 지속되는데 비해 다가구 야드세일은 거의 2~3시간만에 물건이 동이 난다. 야드세일꾼이나 바겐 헌터들이 이런 다가구 야드세일을 먼저 찾는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지나가던 사람이나 이웃 주민들까지도 사람이 많이 모인 야드세일에서는 덩달아 구매의욕이 높아져서 무엇인가 사게 된다.
다가구 야드세일을 잘 치르려면 다음 사항을 주의해야 한다. ▲각 가정에서 최소한 1명은 야드세일에 참석할 것. ▲각자 물건 중에서 본인이 직접 가격 흥정을 해야 하는 물건은 미리 밝혀두어 차질이나 오해가 없도록 할 것 ▲가격표에 어느 집 물건인지 미리 표시 해둘 것. ▲모든 참가자들이 빨간색 티셔츠나 초록색 야구모자 같이 눈에 잘 띄는 복장으로 통일해서 손님과 구분할 것. ▲참가자 모두 각자 허리에 매는 지갑을 갖출 것. 손님이 와 있는 동안 지나치게 떠들거나 끼리끼리 모여있지 말 것 등이다.
■야드세일에서 잘 팔리는 물건
1. 장난감
2. 캠핑 도구
3. 연장(tools)
4. 오래된 병(bottles)
5. 만화책 및 고서
6. 에이프런, 부엌용 장갑 및 냄비 밭침
7. 바느질 도구
8. 버터 디시, 소금·후추병 등 부엌 용품
9. 수제품(특히 인형이나 인형 옷)
10. 보석 및 액세서리
■야드세일 샤핑시 알아두어야 할 상식
1. 편안한 신발, 선글라스, 모자, 선탠 로션, 음료수, 큰 가방, 그리고 10달러 이하 잔돈은 필수.
2. 가구, 거울, 액자 등 큰 물건을 찾는 경우, 짐을 실을 수 있는 자동차와 로프, 담요 등은 미리 준비할 것. 크기를 재보기 위한 줄자 또한 유용함.
3. 야드세일에서 어떤 물건을 만지다가 무슨 물체가 손에 묻을 지 모르는 일. wet towel을 꼭 챙길 것.
4. CD, DVD, Video 및 상자나 케이스에 든 물건은 반드시 내용물 확인.
5. 솜을 준비해서 유리그릇을 살 때 깨진 부분을 확인할 것. 접시나 컵에 난 작은 칩은 햇빛 아래서 쉽게 눈으로 볼 수 없고,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쓸어보다가 베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음. 솜을 놓고 가볍게 지나가면 깨진 부분에서 솜이 흩어지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음.
6. 가격이 명시되지 않은 물건의 경우 주인에게 물었을 때 “얼마나 내겠습니까?라고 되물어 오는 경우가 있음. 이 때 절대로 먼저 가격을 부르지 말고 셀러(seller)의 가격을 들은 뒤 흥정할 것.
7. 사람이 많은 야드세일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으면 일단 손에 들고 다니면서 구경할 것. 살까 말까 고민될 경우, 물건을 지나쳐 고민하다가 사야겠다고 결정해서 되돌아 가보면 이미 누군가 집어갔을 확률이 높기 때문.
8. 야드세일에서는 물건을 깎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1달러짜리 모자를 50센트에 달라는 식의 투정은 하지 말 것. 야드세일에서 적절한 가격이란 내가 물건을 사면서 아깝지 않고, 그 물건이 그 정도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선임.
9. 값비싼 자동차에 유명 브랜드 핸드백과 구두를 신은 상태에서 5달러짜리 의자를 3달러에 깎기는 어려운 일. 비싼 옷이나 장신구는 피하고 고급 자동차는 한 블럭쯤 떨어져서 주차하는 것이 좋음.
10. 전자제품은 반드시 꽂아보고, 배터리 제품은 성능을 시험해 보기 전에는 구입하지 말 것.
■야드세일 준비의 15가지 스텝
1. 다른 야드세일을 찾아가 가격 및 진열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2. 야드세일 날짜를 정한다. 야드세일 하기에 제일 좋은 날은 토요일.
3. 2~3주 시간을 갖고 팔 물건을 모아 품목별로 정리하고 가격을 정한다.
4. 야드세일에 대한 허가(permit)를 받아야 하는지 시청에 문의하여 필요한 절차를 받아둔다. 일부지역에서는 표지판(sign)을 세우는 데도 허가를 받게 되어 있다
5. 표지판을 만들고 지역 신문이나 인터넷에 광고한다. 광고하기에 가장 좋은 날은 목요일. 표지판은 니온색 바탕이 제일 눈에 잘 들어온다.
6. 잔디를 미리 깎고 드라이브웨이를 물 청소 해둔다.
7. 이웃에 이야기해서 자동차 4~5대가 주차할 공간을 확보한다.
8. 테이블과 의자를 구해둔다. 진열대로는 넓은 탁구대나 포커테이블이 좋다.
9. 동전 및 잔돈을 200달러 이상 최대한 준비한다.
10. 판 물건을 담아줄 봉투와 유리를 쌀 수 있는 신문지 등을 준비한다.
11. 가전제품을 팔 경우에는 전기 아웃릿을 가까이 마련하여 손님들이 성능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12. 물건에 가격을 미리 붙여 놓는다. 여러 집이 함께 하는 경우 각 가정마다 다른 색 마커로 가격을 적어 어느 집 물건인지 쉽게 알아보도록 한다.
13. 당일 날, 야드세일을 시작하기로 한 시간보다 최소한 2시간 전부터 진열을 시작한다. 가장 자신 있는 물건, 큰 가구, 남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운동기구를 길에서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여 손님을 끈다.
14. 바겐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컵, 접시, 만화책, 연장 등은 묶어서 6개에 1달러 10개에 3달러 식으로 진열하고, 옷은 한 봉투에 가격을 정해주고 손님이 담을 수 있는 만큼 마음껏 가져갈 수 있는 All You Can Bag를 시도한다.
15. 간단한 다과로 손님을 붙잡는다. 큰 아이스박스에 음료수를 넉넉히 준비하여 가족들이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손님들에게도 작은 종이컵에 대접하면 그만큼 손님이 오래 머물면서 물건을 더 사게 되기 때문. 한 입에 들어가는 크기의 과자나 크랙커 등을 커피와 함께 서브하는 것도 좋은 상술이다.
또한, 아이들이 돈 계산을 할 수 있는 나이라면 아이들 테이블을 따로 만들어 레모네이드 스탠드와 함께 장난감, 동화책, 어린이 옷 등을 모아놓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고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