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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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로 건너 온 ‘열린 음악회’ 붐

2005-08-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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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지펴올린
’꽉 찬’ 작은 무대

조국 대한민국의 환갑인 지난 광복절, 시청 앞 광장에서 서울시 주최로 마련된 ‘열린 음악회’에는 감동의 물결이 흘렀다. 애국시민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창조한 잔치에는 조국과 역사와 민족, 인간과 예술에 대한 사랑이 차고도 넘쳤다. 태극기로 단장한 서울시청 건물, 푸르른 잔디 광장, 화려한 조명의 무대, 손에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던 관중들. 우리가 한 시대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아름다운 의식은 누구나가 아는 국민가요를 함께 들을 때, 어깨를 들썩이는 춤곡에 함께 신명이 날 때 더욱 자라나는 법이다.


아름다운 선율에 빠진 ‘특별한’ 여름밤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녹여낸 가족 음악 콘서트, ‘열린 음악회’는 너무 잘나고 너무 개성이 강한 탓에 단결보다는 분열이 다반사였던 대한민국 국민들을 하나로 엮는 아름다운 문화현상의 새로운 이름이다. GOD의 힙합과 김동규의 나폴리 민요가 함께 불리는 무대는 사춘기 소녀들에게도, 황혼녘의 할아버지에게도 같은 크기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열린 음악회의 바람은 태평양을 건너 LA에도 불어왔다. 요즘 한인 커뮤니티에는 교회나 사찰, 각종 커뮤니티 단체들이 열린 음악회들을 부쩍 많이 개최하고 있다.
지난 7월의 마지막 주일, 나성 한인 감리교회 음악학교 학생들이 꾸민 ‘한 여름 밤의 콘서트’는 교인과 가족, 친지뿐 아니라 커뮤니티 전체가 3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뜨거운 박수와 함께 앙코르도 외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진정한 의미의 ‘열린 음악회’였다.
올해로 벌써 3번째를 맞는 한 여름 밤의 콘서트가 처음 시작된 사연을 들어볼까. 나성 한인 감리교회 음악학교에서는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교우 자녀들에게 교회에서 레슨비 전액을 지원, 악기 레슨을 시작했다.
초등학생이던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음악학교의 레슨은 계속됐다. 결국 교회 음악학교에서는 악기 무료 레슨의 대상을 일반 모두에게로 오픈하게 된다.
훌륭한 지도교사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레슨을 받은 학생들은 우리끼리만 이 좋은 음악을 향유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에, 이웃과 커뮤니티 전체를 초청한 무료 음악회를 시작한 것이다.
현재 나성 한인감리교회 오케스트라(지휘, 김현주)의 단원은 모두 25명으로 초등학생 4학년부터 30대 중반에 이르는 넓은 연령대를 커버한다. 지금은 바빠 잠시 활동을 쉬고 있지만 첼로를 연주하던 서정희씨는 60세가 넘어서까지 열정적인 활동을 계속했던 단원이다.
이 오케스트라의 악기 편성은 여느 교향악단과는 다르다. 올해는 유난히 플룻과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학생들이 많아 바이얼린 주자들과 거의 그 수가 비슷할 정도. 있는 그대로의 악기 편성으로 연주를 하지만 그 형편에 맞는 음악 편곡으로 오케스트라의 음색은 빈약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고 꽉 차 있다.
이날 공연에는 오케스트라 연주곡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귀에 익은 성악곡, 만인이 알고 있는 찬송가도 적절히 배합해 보다 많은 관객들이 모두 편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이 되도록 배려했다.
특히 콜번 뮤직 스쿨 청소년 오케스트라 회원이기도 한 트럼핏 주자, 남궁진(12학년)군과 테너 계봉원씨가 듀엣으로 헨델의 ‘사운드 안 알람’을 연주했을 때,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트럼핏과 테너가 서로 화답하며 조였다 풀었다, 당겼다 조이며 천상의 하모니를 들려주는 이 작품을 남궁진 군과 계봉원씨는 훌륭히 소화해 냈다.
아무런 공연 계획 없이 그냥 배우다 보면 이내 싫증을 내기 쉬운 것이 악기 레슨이다. 일 년에 5차례 준비하는 공연은 아이들에게 늘 새로운 흥미를 유발하며 적당한 긴장은 지겨울 수 있는 연습에 바짝 탄력을 준다. “공연 한 번 마칠 때마다 아이들의 실력이 팍팍 는다니까요.” 지휘를 맡고 있는 김현주씨는 진지한 자세로 연습과 공연에 임하는 학생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글렌데일 안식일 교회 합주부가 오는 27일(토)에 개최하는 ‘열린 음악회-8월의 크리스마스’ 또한 신앙인과 비 신앙인, 한인과 타 커뮤니티, 남녀노소 모두를 끌어안는 활짝 열린 이벤트.
창단한 지 20년이 넘는 이 교회 합주부는 오랜 세월, 함께 호흡을 맞춰왔지만 실제 공연을 마련하게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20년의 세월 동안 이 합주부에서는 줄리아드를 졸업한 피아니스트 엘핀 홍, 미시간 대학에서 음악 석사학위를 받은 바이얼리니스트 그레이스 오 등 쟁쟁한 뮤지션을 배출해 내기도 했다. 한인 사회에도 잘 알려진 엘핀 홍과 그레이스 오씨는 이번 열린 음악회에도 출연해 자리를 빛내줄 계획이다.
김학은씨가 밴드를 지휘하고 이경자씨가 반주를 맡게되는 ‘열린 음악회-8월의 크리스마스’의 무대에는 유난히 함께 협연을 하게 될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있다.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인치현씨와 그의 부인 인은희(피아노)씨, 아들 유진(바이얼린)군, 딸 유리(플룻)양은 멋진 4중주로 웨딩곡 ‘Bist Du Bei Mir’를 들려줄 계획.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피터 박씨도 딸 엘렌양, 아들 에드워드군와 함께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주제에 맞게 오랜 시간 연습해 온 크리스마스 캐롤 ‘Green Sleeves’를 연주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시절 2년간 바이얼린을 연주했던 경험을 살려 글렌데일 합주부에 참여한지 2년이 되는 박씨는 이제 딸, 아들과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낼 만큼 실력이 늘었다는 것이 스스로가 봐도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거기다 바이얼린 연주로 무대에까지 서게 되는 것이 못내 감격스럽다.
케니 지만큼 아름답고 감미로운 섹서폰을 연주할 정창균씨, 천사처럼 부드러운 하프 연주를 들려줄 크리스틴 김 등으로 인해 열린 음악회는 활짝 열린 감동을 안겨줄 것 같다. 글렌데일 교회 합주부는 ‘러시아 코랄과 전주곡’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사운드트랙 등 다양한 레퍼터리를 들려줄 계획이다. 싱어롱 시간, 함께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우리의 영혼은 참 즐거운 노래를 부르게 되지 않을까.


♬ 교회음악회 정보 ♬

■나성 한인 감리교회 음악학교의 입학과 오케스트라의 단원 모집은 수시로 열려있다. 레슨과 연습은 매주 금요일 오후 6~7시. 클래스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뉜다. 초보자들도 1년 정도 레슨을 받고 나면 오케스트라에 입단이 가능하며 부활절, 한 여름, 추수감사절, 성탄절 콘서트 외에 1년에 한 번 마련되는 정기 연주회에 연주할 기회를 갖게 된다. 9월에 다시 문을 여는 음악학교 클래스에서는 정기 연주회의 레퍼터리를 준비하게 된다.
문의는 (323)661-6382, 나성 한인감리교회 음악학교 담당자에게 하면 된다.
■글렌데일 안식일 교회에서 주최하는 ‘열린 음악회-8월의 크리스마스’가 오는 27일(토) 오후 7시, 이글락 안식일 교회(Eagle Rock SDA Church, 2322 Merton Ave. Eagle Rock, CA 90041)에서 열린다.
문의 (213)550-6437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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