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업가가 모처럼 바닷가를 지나던 중 배 옆에 누운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놀고있는 어부를 보았다. 그 모습을 본 사업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왜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놀고 있습니까?”
“오늘 몫은 넉넉히 잡았으니까요!”
“아니 더 많이 잡아 저축해야 어려울 때를 대비하는 일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뭣하게요?”
“돈을 지금보다 더 벌어야 더 좋은 배도 사고, 재산도 늘지 않습니까?”
그러자 어부가 사업가에게 되물었다.
“그런 다음에는 무엇을 하죠?”
“평안한 삶을 즐길 수 있지 않겠어요?”
어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많이 가지게 되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평안함은 꿈도 꾸지 못할 것입니다”
이 일화는 삶의 간절함을 담아 주어진 현실에 자족하며 늘 감사하므로 행복을 찾는 뜻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속담에 천석꾼은 천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사실 인간은 물욕, 명예욕, 출세욕 등 무한대의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다 골고루 채울 수 없는 것이 인간생활이다. 또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은 끊임없이 소망을 추구한다. 비록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소망을 갖고 있는 것만이라도 우리는 얼마나 멋있고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인생을 살면서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 라고 한다. 대부분의 철학자, 예술가들은 진정한 행복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인생의, 생의 의미가 된다고 한다.
나는 주중에는 세 손자 손녀 베이비싯하고 주말에는 자원봉사를 나간다. 중앙 시니어쎈터 산하 ‘코리언 밀스 온더 윌스’에서 제공하는 점심, 저녁 식사를 중병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한국노인이 계신 양노원에 배달하는 일이다. 황혼의 덫인 망각과 죽음으로 치닫게 하는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보면 인생의 연민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늙는다는 것, 그것은 누구나 다 흙으로 돌아가는 나약한 존재가 아닌가? 노인이 된다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고 바로 얼마 후 나 자신의 자화상이며 우리 모두의 미래의 모습이다. 한번 왔다 가는 인생 가운데 누구나 마지막 디디고 가는 계단이다. 천년도 한순간이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살고있는 생애는 얼마나 짧은가.
봉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안목이 생기고 인생을 다시 공부하는 기분이다. 또한 봉사는 나 자신의 한계를 도전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며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지만 나의 사랑을 나눈다는 생각에 삶의 고단함을 잊고 작은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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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