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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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

2005-08-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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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

작가 차우(토니 륭)와 창녀 바이 링(지이 장)이 호텔 옥상서 키스를 나누고 있다.

시공 넘나든 황홀한 러브스토리

시간과 추억과 후회에 매달리는 불치의 로맨틱 왕 카-와이의 영화는 얘기를 무시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이 영화도 눈부시게 아름답고 육감적인 여인들과 멋쟁이 남자의 키스와 포옹과 뜨거운 정사와 짙은 빛을 발하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컬러 그리고 현혹적인 프로덕션 디자인 및 청삼을 비롯한 스타일 좋은 의상 등 눈을 피곤하게 만들도록 시각미가 굉장하다. 왕 카-와이는 또 고전음악과 라틴음악과 칵테일 음악을 절묘하니 사용해 청각의 기쁨 또한 크다.
이 영화는 토니 륭과 매기 청이 주연한 ‘사랑하고픈 기분이지요’(In the Mood for Love)의 속편 격으로 제목은 ‘사랑하고픈…’에서 토니와 매기가 혼외정사를 하던 호텔 방 번호이자 홍콩이 50년간의 특별관리구역으로부터 완전히 중국에 귀속하는 해를 말한다.
차우 모-완(토니 륭)이 펄프 작가와 남창 노릇을 동시에 하면서 4명의 여자와 관계를 맺는 영화는 미래인 2046년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어 시간은 1966년으로 돌아가면서 차우의 4명의 여자가 차례로 1966~69년 사이의 12월24일에 소개된다. 왕 감독이 좋아하는 가수 냇 킹 코울의 ‘크리스마스 송’이 나오고 여자들은 호텔 2046호에 그리고 차우는 2047에 각기 묵는다.
첫 여자는 싱가포르의 연인 수 리지엔(공 리). 함께 가기를 거절하는 수를 두고 차우는 홍콩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처음 만나는 여자가 쾌락파 룰루(카리나 라우). 두 번째 여자는 호텔주인의 꼬마 요정 같은 딸로 일본인 애인을 둔 왕 징웬(페이 웡). 차우는 왕을 모델로 공상과학 소설 ‘2046’을 쓴다. 마지막 여자가 직업 창녀 바이 링(지이 장). 차우와 혼절할 정도로 고혹적인 바이간의 뜨거운 사랑이 영화의 절정이다.
과거에로의 회귀의 불가능에 관한 로맨틱 엘레지인데 사랑하는 남녀들이 섞였다 풀어졌다 하면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 나른하게 유혹적이다. 얘기가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오락가락하며 다소 복잡하게 진행되면서 반복돼 혼란스럽기는 하나 보면서 막연한 동경의 한숨을 쉬게 되리라. R. Sony Pictures Classics. 뉴아트(310-281-8223), 어바인 타운센터(800-Fandango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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