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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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어진 꽃들’★★★★(5개 만점)

2005-08-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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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어진 꽃들’★★★★(5개 만점)

옛 연인 로라(샤론 스톤)와 동정한 이튿날 아침 단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한다.

(Broken Flowers)

4명의 과거 여자 찾아나선‘중년 돈 환’

빌 머리 ‘무감한 연기’돋보인 달곰씁쓸 코미디

싸구려 막걸리에 취해 부르는 뽕짝 노래의 제목을 닮은 영화 제목은 영화에서 감정의 진공 속에 사는 중년의 돈 환 빌 머리가 과거 관계했다 헤어진 여자들을 뜻한다. 머리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보여준 탈진하고 무감한 연기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무연기의 명연기 영화로 달곰씁쓸한 코미디다.
마치 게으른 중년 남자의 무덤덤하고 텅 빈 남가일몽과도 같은데 머리의 가끔 보여주는 눈알과 안면근육 연기가 액센트를 주는 백지 같고 축 늘어진 연기는 좋지만 시종일관 같은 모양이어서 생략적인 이야기를 압도하는 감이 있다. 감독은 머리의 미니멀리스틱 연기에 딱 맞는 미니멀리즘의 짐 자무쉬로 그의 ‘천국보다 낯선’을 연상케 만든다
영화는 컴퓨터로 떼돈을 벌어 은퇴한 뒤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사는(고전음악을 듣거나 TV 보는 게 일) 단 존스턴(빌 머리-사람들이 당신 정말 단 존슨이냐고 묻는다)을 두고 동거 여인 쉐리(쥘리 델피)가 집을 나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와 함께 단은 발신인 불명의 편지를 받는다. 단이 몰랐던 19세난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는 여인의 글이다.
단은 이 편지를 이웃에 사는 탐정노릇이 취미인 윈스턴(제프리 라이트)에게 보여준다. 윈스턴의 추궁에 못 이겨 단이 과거 관계한 4명의 여인의 이름을 알려주자 윈스턴은 이 여자들의 주소를 컴퓨터로 찾아낸다. 그리고 비행기 예약까지 한 뒤 단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면서 바람둥이의 자기 아들 어머니 찾기 로드무비가 시작된다.
첫 번째 여자는 히피 스타일로 사는 과부 로라(샤론 스톤의 싸구려 연기가 일품). 단은 로라를 만나기 전 그녀의 조숙한 10대 딸 롤리타(알렉시스 디에나가 기찬 연기를 한다)를 만나 이 소녀의 알몸 공격에 혼이 난다. 단과 로라는 하룻밤 회포를 풀고 헤어진다. 두 번째 여자는 남편과 함께 부동산 중개사인 노라(프랜시스 콘로이). 모델 하우스 같은 데서 사는 로라에게서 저녁을 얻어먹은 단은 다시 길을 떠난다.
세 번째 여자는 부자동네서 동물과의 의사소통을 취급하는 카르멘(제시카 랭). 카르멘은 레즈비언이 됐는데 단을 영 반가워하지 않는다. 마지막 여자가 바이카커 촌에 사는 페니(틸다 스윈튼). 페니는 단을 보자마자 악을 쓰며 가라고 문전 박대한다.
영화는 결론 없이 끝나 좀 속은 기분이 드나 인생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련한 추억과 회한의 아름다운 영화로 연기가 강한 것이 큰 장점이다. R Focus. 선셋5 (3323-848-3500) 모니카(310-394-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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