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헝가리에 가 있는 아들

2005-07-2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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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 정경애/나라사랑 어머니회 사무총장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늘 하던 것처럼 혹시 간밤에 아이들에게서 온 이메일이 없나 하고 체크를 했다. 두 아이들이 집을 떠나 딸은 서울에, 아들은 헝가리에 가 있으니 엄마인 나는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가 많이 있다. 통화를 이따금씩 하여도 마음에 안 차 나는 아이들의 이메일을 매일 기다린다. 이메일이 와 있으면 돈을 달라는 이메일이든 그냥 안부하는 이메일이든 나는 옛날 결혼전 남편으로부터 연애 편지 받을 때처럼 마냥 기쁘고 행복하다.
사내 녀석이라 그런지 주로 돈이 필요할 때쯤에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낸다. “너 이 녀석 돈이 필요해서 전화했지”하면 절대 그것은 아니고 엄마를 사랑해서 전화를 한 것이니 엄마 오해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돈을 받고 나면 잘 받았다는 소식도 금방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매번 속아도 자식이라 그런지 엄마인 나는 아들이 밉지가 않고 예쁘기만 하다.
보통 엄마는 아들, 아빠는 딸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 아들을 끔찍이 좋아한 사람중의 하나다. 학교에 데려다 줄 때면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아이 왼쪽 손에 깍지를 끼고 그렇게 운전을 하였다. 그저 아들 얘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환해지며 기뻤다.
그러던 어느 날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아들 녀석이 앞으로는 자기 손을 끼지 말라는 통보를 했다. 그 순간 나는 얼마나 섭섭했는지 운전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후부터 나도 모르게 아들에 대한 집착이 서서히 사라지고 이제는 아들을 한 인격체로 보며 아이가 어디를 가나 마음이 든든하다.
동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들 녀석은 지난 해 가을 학기에는 뉴욕 CNN에서 인턴 십을 했으며 금년 봄 학기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중부 유럽대에서 내셔널리즘을 끝내고 미 국무부 산하 프리덤 하우스에서 인턴 십을 하고 있다. 8월 중순에 집에 와서 아빠와 함께 자동차로 대륙횡단을 계획하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아들과 함께 남편하고 셋이 뉴욕에서 보냈다. 헝가리로 떠나기 며칠전이라 우리 내외는 뉴욕 아들 기숙사에서 세 식구가 비좁게 며칠을 지냈는데 호텔에서 지냈던 것보다 더 추억에 남는다.
기숙사가 되어 하루종일 히터가 나와도 춥기만 하고 침대는 하나밖에 없어서 셋이 하루씩 번갈아 가며 자던 일이 고생은 되었지만 이렇게 지낸 것이 어느 때보다도 아이와 가까워진 것 같다. 이제 한달 정도 있으면 집에 오나 지금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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