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 지키기

2005-07-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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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김은주 교사


요근래 다시 시작한 프리스쿨 교사직을 통해 이 시대의 자녀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가끔 보게 된다. 어제는 중국인 3살박이 사내아이가 한 선생님이 하는 말씀에 모두 No!를 계속하며 오전 내내 버티다가 결국엔 교장선생님에게로 보내졌다.
교장 선생님과 얘기하는 동안에도 그 아이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 차 있더니 엄마도 널 사랑하고, 아빠도 널 사랑한단다 라는 말에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교장의 이야기로는 그 아이의 부모가 요즘 서로에게 No, no!하며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다시 아이를 보니, 앙앙 우는 아이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내 눈시울도 붉어졌다. 에구, 저 조그만한 것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꼬.
교장 선생님이 넘겨주는 아이를 받아 안으며 다독여 주기 시작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것이 가정이 깨지는 일인데 하물며 얼마나 두려웠을까 생각하니 참 안타까웠다. 매일 집에서 봐야하는 엄마 아빠의 싸움. 그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가슴에 쌓을 아이를 생각하니 더 음울해졌다. 3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이는 분명히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불안하여 잠은 제대로 잘까, 먹기는 제때에 먹고 있을까, 어느 쪽이 아이를 책임질까 등의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사실 이혼을 생각하게 되면 자녀고 뭐고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안다. 나도 마음과 몸에 병이 들만큼 괴로웠을 때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결혼하고 3~4년쯤 되었을 때였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위에는 피가 흐르는 것을 위내시경을 하면서 발견하였고 다행히 종양으로 발전하기 전에 약을 섭취하여 낫게 되었다.
지금도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 늙는 증상일지도 모르지만 웃음도 많이 없어졌다. 그래서 더욱 현재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귀함을 느낀다. 직장의 일을 위해 애쓰는 것처럼 가정도 애써 지켜나가지 않으면 불만과 불화로 가득차 버리고 마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었다.
문제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부가 서로 존중해 주는 마음을 가지고 상대를 바라보는 것. 상대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하고 배려해 주는 것은, 자녀들이 보고 배우는 부부의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 모습이라고 본다.
김은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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