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 말, 못할 말

2005-07-1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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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한번 가정을 해보자.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을 당하지 않고 2기 집권에 성공했다. 그 케네디가 2기 때 중국-그러니까 그 당시로는 중공-과 핑퐁외교를 펼쳤으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중국과의 비밀접촉을 시도도 안 했고 그러므로 핑퐁외교 같은 것도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정답으로 돼 있다.
무슨 말인가. 미국이라는 정치 토양에서도 진보계 대통령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케네디 자신이 잘 알고 있어 결코 무리한 중국 정책은 추진하지 않았을 것 것이라는 판단이다.
닉슨이니까 핑퐁외교가 가능했다는 거다.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반공주의자다. 그런 닉슨인 만치 적어도 공산주의자와 모종의 흥정은 안 할 것이라는 일반의 믿음이 있었기에 중국과의 비밀접촉이 가능했다는 얘기이다.
아무리 의도가 순수해도, 또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또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의혹을 사는 언행과 정책 결정이다.
서울대 입시안을 둘러싼 노무현 대통령 발언이 바로 그 경우 같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일류병을 없애야 한다’는 게 당초 의도였을 테니까.
한국사회의 고질 중 고질은 학벌주의다. 이런 사회에서는 무슨 수를 쓰던 일류대학을 나와야 사람 구실을 한다. 그 학벌이라는 게 그리고 그렇다. 죽을 때까지 따라 다닌다. 그러니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 너도나도 과외다. 과외로 나라가 망할 판이다.
뭐 이런논리를 펴려고 한 것일 게다. 그러므로 십분 이해가 간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러나 그 말을 담은 ‘마음의 상태’다. 격렬한 증오심 같은 게 엿보여서다.
한국의 교육이 잘못된 게 온통 서울대 탓 같이 들린다. 더 나아가 명문대 출신들을 적대시하는 듯한 심기도 노출됐다. 명문대 나온 것이 무슨 죄라도 되는 양.
아무리 좋은 하나님 나라 말씀을 전해도 사랑의 마음에 담아 전하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의 공적 발언도 그렇다.
재차 하는 이야기지만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표현대로 고집과 ‘비꼬인 증오심’이 그 말속에 숨어 있다. 대통령이 말을 하면 그래서 꼬이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보다 시급한 문제는 서울대 입시안이 아닌 것 같다. 최고 통치자의 내면 치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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