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랑스런 후배 목사

2005-07-1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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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생각

▶ 박석규/은퇴 목사

예수의 십자가 구속의 그 사랑에 빚을 진 사람들이 모두 크리스천이 된다. 그래서 주경학자 베이커는 “사랑이란 그리스도인의 배지이다”라고 한다. 군인이 계급장을 달고, 회사원이 자기네 회사의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처럼 사랑이 그리스도의 사람이라는 배지이다.
방언, 천사의 말, 예언, 산을 옮길만한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이나 요란한 꽹과리가 될 뿐이다. 또한 사랑할 만 하니까 사랑한다면 그게 무슨 사랑이겠는가.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저 상식일 뿐이다. 도저히 사랑할 마음이 없고 사랑할 수도 없는데 그래도 사랑해보는 그것이 아가페 사랑 아니던가. 바울 사도가 고린도 전서 12장 마지막 절에 “여러분은 더 큰 은사를 열심히 구하시오”라고 당부한 후에 13장 ‘사랑의 장’을 펼쳐 교훈하고 있다. 더 큰 은사가 무엇인가. 가장 큰 은사가 무엇일까. 열심히 구해야할 은사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이 바로 사랑 아니겠는가.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사랑은 오고가는 세대의 사람을 변화시키고 기적 같은 새 일을 이루어내는 능력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사랑을 ‘매스터 키’라고 한다.
얼마전 신학교 후배 목사가 쓰고 친절하게 보내온 책에서 감동스런 글을 읽었다. 이복규 목사 이야기다.
이 목사는 충청북도에서 신학교엘 왔는데 시골냄새가 물씬 물씬 풍겨 곧 ‘촌놈’이란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1학년 때도 촌놈인데 서울에서 4년을 지내도 여전히 촌놈으로 졸업을 하였다. 공부도 잘 못하였고 남다른 재주도 없이 그저 마음 좋은 것 하나 가지고 졸업하여 지금은 경상도 마산 근처 함안 이라는 시골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는 절친한 박광준이라는 동기동창이 있었다. 그도 전도사가 되어 강원도 원주 부근의 교회에서 시무 하던 중 타고 가던 오토바이가 전복되면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광준 전도사에게는 연세 많으신 홀어머니가 계셨다. 어머니는 6.25 사변에 남편을 여의고 아들 하나를 키워 교회에 바친 후 아들과 함께 사시다가 그 아들을 삽시에 잃은 것이다. 광준이 죽은 후 갈 곳이 막막한 어머니를 자기 집에 모셔다 17여 년을 모시고 있다는 고국에서 온 동창생 목사의 말을 듣고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 동기 중에 자랑할 인물은 바로 이복규 목사이다. 동기생 가운데는 대교회 목사도 많다. 모교의 교수인 박사들도 있다. 그래도 촌놈 이복규 목사보다 더 훌륭한 목사는 없다. 자기 자신의 부모도 모시기 불편해 이리저리 빼는 세상에 친구의 어머니를 내 어머니로 모시는 이 목사와 그의 부인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
후배 이복규 목사의 목회는 시골에 묻혀 알아주는 이도 없이 초라할 지 모르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 속에 숨어버린 사람이다. 예수의 사랑에 동화되어버린 위대한 사도 같다. 대형화 되어가며 인기위주인 오늘의 시대에도 바보처럼 사랑을 생활로 설교하는 목사를 원하고 있지 않을까.
박석규/은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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