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힘들다. 어렵다. 내가 소질이 없나. 이제 그만둘까. 천재 비트겐슈타인도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그래서 하루는 스승인 버트란드 러셀을 찾아가서 물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제가 아주 바보 같습니까? 선생님이 제가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면 전 이 순간부터 철학을 그만두렵니다.”
그러자 러셀 왈, “난 자네가 바보인지 아닌지 모르겠네. 하지만 자네가 좋아하는 철학 주제를 하나 선정해 이번 방학이 끝날 때까지 논문을 하나 써오면 내가 그걸 읽고 자네가 바보인지 아닌지를 말해 주겠네”라고 비트겐슈타인을 달래서 돌려보냈다. 물론 비트겐슈타인은 논문을 써 왔고 천재임이 판명되었다.
사실 러셀은 비트겐슈타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가 천재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하루는 캠브리지 대학에 같이 있던 동료 철학자인 무어에게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물었다.
러셀: “이보게,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무어: “어 비트겐슈타인. 괜찮고 쓸만한 학생이지.”
러셀: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무어: “지난 학기에 수업때 말야. 학생들 중에서 유독 비트겐슈타인만 내가 하는 설명에 회의를 가졌거든. 난 그래서 그 녀석이 괜찮은 녀석인 줄 알았어.”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회의하고 방황했지만 방황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과의 정신적 싸움 중에서도 열심히 논문을 썼다. 일을 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꾸준히 일을 하기는 비트겐슈타인의 스승인 러셀도 마찬가지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했던 러셀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러셀이 전쟁에 반대해 감옥에 갔을때 그는 내가 뭘 잘못했다고 감옥에 있나 하며 회의속에서 나날을 보낸 것이 아니라 거기서도 그는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썼다. 하루는 러셀이 감옥에서 어떤 책을 읽으며 박장대소를 하니까 간수가 와서 “러셀씨 여기는 처벌을 받기 위해 있는 장소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살면서 왜 힘든 일이 없을까. 오죽했으면 부처님은 인생이 고(苦)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한, 꾸준히 노력하는 한 원하는 것을 달성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이 당장 이루어지건 아니면 일년 이년 후에건 말이다. 고민은 할 수 있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고민만 하고 있으면 풀렸던 문제도 다시 꼬이고, 계속 열심히 하면 꼬였던 문제도 풀리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은 말한다. 인생은 열심히 사는 거라고.
김종한 /리치몬드,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