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군과 한국군

2005-06-26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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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 강신용 공인회계사

20여년 전 많은 한인들이 미국군대에 입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본인도 미국에 오자마자 미국 군대에서 고된 훈련을 받고 스탭 싸전으로 약 5년간 복무한 경험이 있다.
지난 17일 한국의 최전방 초소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으로 가슴이 아프다. 그들은 소위 신세대 군인들이다. 80년대에 태어나 경제적인 안락함과 대개 외아들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컴퓨터 세대이다. 그 신세대 청년들이 비무장지대의 좁고 외로운 공간에서 추운 겨울과 불볕 더위를 견디자니 참으로 힘들 것이다. 본인도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 국방의무를 마쳤고 미국에서 자원 입대하여 두 나라의 군대를 비교할 수 있다.
우선 누가 군대 가느냐의 문제이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국적포기 논란의 핵심은 국방의 의무이다. 한국군대는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가지 않는 것이 똑똑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군대는 가장 군기가 빠졌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전에서도 죽고, 월남전에서도 죽어갔다. 이제는 이라크에서 죽음을 대면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군대는 자원 입대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미국의 신세대는 바보라서 군대에 갈까? 미국군대 구성원은 너나할것 없이 직업군인이다.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다. 선택은 계약이고, 계약은 상호간에 존중되고 지켜진다. 국가와 일개 병사가 신뢰속에 계약을 성실히 수행하며 군대의 규범이 지켜진다. 그래서 가장 군기가 없다는 미국군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강신용 공인회계사
군 생활의 정당성의 문제이다. 그토록 귀중한 시간을 왜 무엇을 위해 보내나.
지금 한국에는 간첩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북한은 우리의 민족이지, 총으로 쏴 죽여야하는 적군이 아니라고 한다. 이것이 소위 신세대의 사고라고 한다. 제도는 있으나 목적이 없는 군대생활은 당위성의 문제를 동반한다.
미국의 군인들은 세계 최강의 군인이란 자부심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무엇을 위한 최선인가. 현재의 일을 똑바로 처리하려는 준법정신도 있고, 책임감도 있다. 그들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자랐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본인도 한국 군복무 시절 정말 아쉬웠던 몇 가지가 있었다. 군대는 계급사회이다. 계급은 지휘계통에 필요한 것이지, 개개인의 영달과 상대적 특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장교는 쌀밥에 고기반찬이고, 졸병은 보리밥에 김치반찬이라면 인간차별이고 계급차별은 아닌지. 미국군대는 장교도 햄버거, 사병도 햄버거이다.
자유시간의 존중도 문제이다. 한국군에서는 뺑뺑이를 돌린다는 말이 있다. 잠시라도 가만히 두면 엉뚱한 생각을 하니 정신없이 돌려야 세월이 간다는 것이다. 미군에서 자유시간은 말 그대로 자유시간이다. 빨래도 하고, 잠도 자고, 책도 읽고 연애도 한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미군의 숭고한 정신은 아니더라도 공정한 룰을 인정할 수 있는 날, 한국군대의 막사는 활기찬 발전의 장소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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