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려의 살면서 필요한 에티켓 휴가철 1 -공항에서

2005-06-1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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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한국인… ‘미리미리’ 준비해야.

케네디 공항 직원이 입국 수속하는 한국 사람들한테 ‘빨리 빨리’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호떡집에 불났나’라는 말에 중국사람 모습이 떠오르듯, 키가 작고 얼굴이 둥그런 한국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며, 누구야 빨리 와 수선스럽게 서로 불러대면서, 커다란 짐을 끙끙거리며 싣고
나오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국 분이세요?’ 엉뚱한 장소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반가와 하던 때가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한국 사람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멀리 돌아가곤 하는 나를 고백할 수밖에 없다. 아니, 서로가 그러는 것을 안다.
그동안 밤낮으로 일한 덕분에 미국대륙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해외로 여행가는 정도의 여유 있는 삶들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이, 어느 장소에서건 남에 눈에 특정한 이미지를 새겨주고 있는 우리자신의 모습들을 돌아 볼 때가 된 것 같다.


제일먼저 돌아볼 것이 바로 이 빨리빨리 태도가 아닐까 한다. 손님들이 기다리지 않게 잽싸게 거스름돈을 거슬러주고, 원하는 것을 빨리 찾아주고 해서 한국인들의 비즈니스가 성공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지패스(EZ Pass)가 없던 시절의 톨게이트에서나 또 우체국이나 은행에서 답답
할 때마다 내가 나한테 하던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나라가 이렇게 잘 살잖아.” 가게나 일터나 집안에서 ‘빨리 빨리’ 할 때와는 달리 공공장소에서나 내가 서비스를 받아야할 때에는 ‘천천히, 천천히’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있는 복잡한 공항에서는 더구나 영어가 서툰 경우에 더욱더 침착한 태도가 필수이다. 그러나 침착한 태도는 타고나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니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나오는 것이다. 자주 여행을 해봤다 해도, 어느 경우에나 예상외의 문제가 생기
지 않도록 각 공항에서 필요한 절차와 공항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미리 잘 챙겨야 할 것이다.

요즈음은 미국 내 공항마다 보안절차가 까다로워 오래 걸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나가야할 것은 물론이고, 짐을 열었다가 닫을 때 쉽게 닫을 수 있도록 간편하게 짐을 싸
야하며, 비행기에 들고 들어갈 가방의 사이즈도 미리 신경써야할 일들이다.

내가 바라보는 한국 사람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인 것을 깨달으면서. 올 여름엔 빨간 여행가방을 한손에 끌면서 어깨를 쭉 피고 서두루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공항으로 걸어 들어가는 내 모
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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