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의 의미

2005-06-14 (화) 12:00:00
크게 작게

▶ 단 상

▶ 이택제 /워싱턴 문인회

겨우내 움츠렸던 자연은 연두색 갈아입고 꽃 너울로 세상을 눈부시게 하더니만 5월을 넘으며 초록빛 녹음으로 누리를 채색한다. 이백은 그의 시(장강행)에서 ‘8월이 되어 나비가 날아왔다’ 했는데 달려가는 세월은 솔바람 나풀대는 푸른 풀밭에 쌍쌍이 나는 나비가 새롭다. 나무는 가지마다 꽃을 지우고 진초록 단장을 하며 계절이 지나가는 길목은 한결같이 우리의 마음을 감동으로 가득히 채우는 마술사이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날이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재앙과 전쟁, 불똥튀는 지뢰밭, 인류 상쟁의 피 어린 우레 소리 그 뜨거운 울부짖음조차 깜빡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된다.
슬기롭고 지혜로운 자연의 변화를 바라보며 단 한번뿐 쓰일 수 없는 생애의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할까.
똑같이 주어진 삶일지라도 노력과 쓰기에 따라서 큰 격차를 가져오는 삶의 행로. 가까운 예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의 쾌거가 있지 않은가. (다만 인간 본래의 신성함을 훼손하지 않는) 미래의 밝고 훌륭한 인류복지에의 이바지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하면서 내게 주어진 삶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나는 3남매를 키우면서 공부를 잘 하라고 타이른 적은 없었다. 다만 주어진 하루하루를 후회 없는 하루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여라, 그것이 바로 앞으로의 너의 이력서이다 라고. 또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라도 그 곳의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해왔다.
별 잔말을 듣지 않고 자란 아이들은 지금 자신이 삶을 훌륭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택제 /워싱턴 문인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