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이 코리아

2005-05-1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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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각 2030

▶ 김영무/월드뱅크 근무

재외한인의 수는 외교통상부의 통계로 약 560만명이라고 하나 실제 해외에 거주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한민족을 모두 합치면 700만~1,000만명 정도라고 한다.
각국의 해외거주 인구 규모는 중국계(화교) 2,200만, 유대계 1,500만, 일본계 174만, 이탈리아계 550만, 인도계 480만명 정도라고 하니 ‘1,000만’이란 수는 결코 적지 않다. 특히 중국의 인구는 한국의 스무 배가 넘고, 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은 전체의 33%밖에 안 된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해외에서 사는 한국사람 “정말 많긴 많다.”
한민족의 해외이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늦게 시작되었다. 공식적인 이민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에서 양국민의 여행과 거주를 보장한 이후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의 이민이 처음이다.
당시 이들은 한 농막에서 수십 명이 같이 생활하며 하루 10~12시간씩 고된 노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마치 노예처럼 작업복 가슴팍에 번호판을 달고 감독의 가죽 채찍을 맞아가며 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일해서 번 한달 봉급 16달러 중 약 10달러를 매번 독립자금으로 내놓았다고 하니 가슴이 뭉클 하다.
서울은 요즘 황사가 심한 모양이다. 해가 거듭할수록 서쪽에서 부는 모래바람이 더욱 강력해진다고 하니 마치 날이 갈수록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경제력을 반영하는 듯하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말 한마디에 세계 주식시장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대국 변방의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에게 그들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하다. 대한민국의 대 중국 수출은 전체의 20%를 육박하며 이미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우리나라의 제1 수출시장이 된 지 오래다. 이제 우리는 중국 없이는 생존을 논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중국의 가파른 성장 원동력은 무엇일까? 등소평 주석의 추진력과 주룽지 총리의 신념도 부럽지만 중국인들, 특히 화교들의 애국심 또한 눈여겨보아야 할 듯하다.
현재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3조3,000억달러를 굴리는 ‘큰손’인 화교. 이들은 중국 경제 성장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일례로 94년 중국에 투자된 338억달러의 신규 자본 중 화교들이 대부분인 홍콩, 마카오로부터의 투자가 전체의 70%를 차지했다고 한다. 전 세계 화교 경제인 모임인 ‘화상(華商)대회’에 중국 총리가 참가하는 것을 보면 화교가 중국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어떠한가?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가 국내에 남겨둔 재산을 빼내간 규모가 2004년에만 2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미 외국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가 국내에 남겨두었던 재산을 처분해 해외로 반출한 금액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최근 세계 한상대회 등이 열리면서 본국의 경제 회복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들이 토론되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활동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북한 문제와 높은 임금, 기업 활동에 불리한 제도, 중국과 같은 막강한 주변 경쟁국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처를 찾아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엔 지금 돈이 돌지 않는다. 동남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당시에도 화교들은 변함없이 중국에 투자를 지속했다고 한다. ‘한국계’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거나 그러고 싶은 동포라면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영무/월드뱅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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