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연학교

2005-05-1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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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언 대

▶ 송주섭 / 워싱턴한인봉사센터 금연학교 교장

잊지 못할 일이 있다. 서로 몹시 사랑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흡연이 얼마나 해로운가를 알고 있는 어린 아들은 아빠의 흡연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아빠는 쉽게 담배를 끊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아빠는 아들의 글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글 속에서 아들은 장래에 변호사가 되어 담배 회사들을 모두 망하게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글 구석구석에 담겨 있는 아빠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을 읽고는 아들의 마음에 더 이상 상처를 주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우리 금연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성공적으로 모든 과정을 마쳤다. 졸업식 날, 그는 자랑스럽게 졸업장을 11번째 생일 선물로 아들에게 선물했다. 아들과 아빠의 그 기뻐하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최근 담배가 주는 폐해들을 접할 때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담배의 피해 3대까지 간다, 담배 한 개비가 생명을 6분씩 단축, 최근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의 흡연으로 인한 연평균 사망자수는 무려 44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 숫자는 마치 매일 300명의 승객을 태운 점보 비행기 4대가 지상으로 추락해, 전원 다 사망하는 것과 같은 숫자다, 등등… 이대로 가면 2020년에는 흡연자가 계속 늘어 매년 1천만 명이 희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AIDS, 결핵, 교통 사고, 자살, 분쟁, 학살 등에 의한 사망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WHO가 정한 금연의 날 주제는‘담배끊기’다. 담배로 인한 치명적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계보건기구의 주장대로 담배를 끊는 수밖에는 없다.
워싱턴한인봉사센터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3년 전부터 지역 주민들의 금연을 이끌어 왔다. 금연학교에서부터 각종 홍보까지. 그 동안 본 센터의 노력으로 아들의 11번째 생일 선물로 금연학교 졸업장을 선물한 한 아빠처럼 조금씩 성과를 거두어 갈 때마다 금연학교 교장으로서 더 없이 뿌듯함을 느낀다.
워싱턴한인봉사센타가 3번째 금연학교를 연다. 9일 시작한 금연학교에서는 전문인들이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돕는다. 이번에는 특히 예방 차원에서 비흡연자들의 참여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여성과 청소년의 흡연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들에게 흡연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가를 미리 인식하게 해 흡연을 사전에 방지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금연은 본 센터만의 행사가 아니라 커뮤니티 차원의 노력이 되어야 한다. 한인사회의 어느 업체에서는 직원들에게 홍보해 금연학교 참여에 적극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몇 해 전 퇴임을 하던 한인 회장이 제일 힘들었던 점을 이야기할 때 한인 교계의 참여도가 낮았던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제 이 지역에서 한인 교계는 괄목할 성장을 보여왔다. 그 성장의 힘을 바탕으로 이제 지역의 발전이나 건강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많은 교회에서 금연 운동에 동참한다면 교인들의 신앙 성장은 물론 지역 주민 건강에 많은 힘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교계뿐만 아니라 한인 사회의 각 단체들의 동참으로 더 많은 결실을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주섭 / 워싱턴한인봉사센터 금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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