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같은 변호사
2005-05-06 (금) 12:00:00
루이스 곤잘레스 변호사님. 제가 님을 만난 것은 3년 전 1월이었지요. 그 때 이미 우리의 케이스는 이민국으로부터 ‘관광비자로 입국 후 바로 영주권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두 번째 기각 편지를 받은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변호사를 찾아 도와줄 것을 호소하니 “이미 내 손을 떠난 케이스”라며 아주 착한 변호사가 있는데 시간이 없으니 무조건 찾아가라며 직접 비상 연락을 해 주셨지요.
그런 인연으로 님을 만나 상담을 하니 과연 놀랍게도 아주 저렴한 비용의 수임료를 책정하시면서 “4회에 나누어 내라”고 하시고는 기간조차 정해주지 않으셨지요. 그 후 제가 스스로 생각해서 2년여에 걸쳐 나누어 드리는 동안 단 한 번도 돈(수임료) 얘기를 안 하셨지요.
두 번째 I-485 접수 후 또 다시 이전과 같은 이유로 기각 당한 후 님은 제게 물으셨지요. 여기서 포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갈 것인지를. 그러나 저는 포기할 수가 없었지요.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도록 정말 열심히 일하면서 오직 남편의 영주권이 해결되기를 기다리며 살아온 지난 수년의 세월이 너무도 억울해서. 그 때 님께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 가족을 위로하시며 “끝까지 가자”고 용기를 주셨지요.
그리고는 첫 번째 추방 재판을 거쳐 5개월 후 열린 두 번째 추방 재판을 준비하는 동안 님께선 정말 열심히 우리를 위해 일을 하셨지요. 때로는 저녁 시간에 직접 집으로 전화까지 하면서. 두 번째 재판 전날 온 가족이 모여 판사의 예상되는 질문에 답할 것을 연습하는 동안에도, 그리고 재판당일 재판시간보다 한 시간 반 전에 이민국에 도착하여 다시 한번 연습하는 동안에도, 더구나 재판을 승리로 이끌어 낸 그 환희의 순간 이후에도 님은 끝내 수임료를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이제 며칠 후에 청구서를 보내주시겠지만)
루이스 곤잘레스 변호사님. 두 번째 재판이 열리던 날 그 초조하고 불안했던 그 순간에 제 남편이 님을 가리켜 “저 양반이 바로 그리스도여” 하신 말 기억하시지요. 우리에 관한 서류가 얼마나 많은지 한쪽 어깨가 축 늘어지도록 무거운 가방을 메고도, 아니 그 보다 더한 우리 가족의 운명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도 님은 단 한 번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지요. 오히려 “만약 이 번에 잘 못 되어도 또 한번의 기회는 있다”시며 희망을 주었지요. 그렇습니다. 과연 님은 우리가정을 구해주신 그리스도이십니다. 얼마나 감격했으면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양인인 제가 이방인인 님을 두 번 세 번 안았겠습니까.
변호사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떠한 인연으로 님께서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다가오셨는지 모르지만, 재판 전 날 님을 판사로 생각하고 대답하라며 제게 “만약 당신의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어찌 하겠느냐”고 물으셨던 대목에서 그만 목이 메어 대답을 못하고 흐느껴 울었던 그 날의 그 일도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건강 하셔서 진정 님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을 지금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도와주시어 이방인의 마음속에도 사랑을 심는, 그래서 더욱 존경받을 수 있는 그런 변호사로 오래오래 남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신 헬레나 /이스턴,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