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려의 살면서 필요한 에티켓: 초대3 “초대받지 않은 손님”

2005-05-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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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자리에서 공통된 화제를....

외국 영화 제목이 우리식으로 멋지게 붙여졌던 경우가 많다. Butch Cassidy & the Sundance kid가 ‘내일을 향해 쏴라’로, Bonny & Clyde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등등...그 중에도, 딸이 흑인 남자친구를 집에 데려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심각한 인종문제로 다루었던 ‘Guess
who‘s coming to dinner’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원제보다도 더 그 뜻이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가끔씩 내가 바로 그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같은 자유분방시대에도 불구하고, 초대한 손님 중에 불쾌하고 무뢰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다음번부터는 초대를 하지 말라고 신사숙녀 에티켓에 쓰여 있다. 이 분명한 <왕따>가 미국식 에티켓 카
테고리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 만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주인으로서는 초대된 사람들이 서로가 다 유쾌한 시간을 지낼 수 있도록 미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우선, 주인은 손님들이 오기 전에 될 수록 테이블 세팅까지 준비를 완료해두도록 한다. 거의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음식접시를 나르는 일 정도는 손님에게 부탁할 수 있으나, 손님이 들이닥칠 때 까지도 요리를 하고 있다면 손님들 중 몇몇은 소매를 걷어 붙이게 되고, 몇몇은 부자연스럽게 엉거주춤하게 된다. 파티의 분위기를 이끌어갈 주인이 허둥지둥하면 자연히 그 파티의 분위기는 초반부터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집에서 하는 파티도 보통 뷔페식으로 하는데, 가능하다면 식탁을 붙여서라도 초대된 손님들이 함께 한자리에서 공통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습관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식탁에 앉을 때에 어디에 누가 앉는가를 정하는 것이 주인이 해야 할 중요한 일중에 하나이다. 그날의 주인공을 제일 중간 자리에 앉히는 법이지만 그것보다도 옆 사람과 어색하지 않게 앉는 것이 우선이며, 될 수록 끼리끼리 앉지 않게 자리 배정하는 것은 주인의 센스에 달린 일이고, 이때 주인이 정해주는 자리에 순종하는 것이 손님의 자세이다. 주인은 쉽게 일어나 다닐 수 있는 자리에 앉는 것이 좋다.

너무 혼자서 말을 많이 한다든지 친한 사람과만 이야기한다든지 엉뚱한 화제를 꺼내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뉴스에 등장하는 <왕따>스토리에 의분을 하면서도 혹시 내가 바로 다음번에 왕따가 될 사람인지, 혹은 거꾸로 남을 왕따시키는 장본인인지에는 그리 개의치 않는 것이 우리들이다.

현대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Guess who’란 영화는 그 30년 전 캐서린 햅번과 시드니 포이티에의 심각했던 영화와는 달리 로맨틱 코미디라 해서 비디오라도 한번 빌려다 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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