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곡

2005-05-0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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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칼럼

“맷돌을 돌린다/숟가락으로 흘려넣는 물녹두/ 우리 전 가족이 무게를 얹고 힘주어 돌린다/어머니의 녹두, 형의 녹두, 누나의 녹두, 동생의 녹두/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녹두물이/빈대떡이 되기까지…”
“나는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사십이 넘도록 엄마라고 불러/아내에게 핀잔을 들었지만/…오늘은 어머니 영정을 들여다보며 엄마, 엄마하고 불러 보았다…/아아 엄마 하면/그 부름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아름다운 기도인 것을!”
형과 동생인 김종해(64) 한국시인협회장과 김종철(58)시인의 시다. 초로에 접어든 이 형제 시인이 함께 어머니에 대해 시를 썼다. 시장에서 떡장수, 국수장수 등을 하며 사남매를 키워낸 어머니다. 그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이다.
가난하던 시절의 삶이 녹아있다. 어머니의 진한 사랑이 배어있다. 또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묻어 있다. 이 시집이 최근 한국에서 발간돼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한 소녀가 하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모임에 참석했다. 사람들이 물었다. 무슨 의미 인가하고.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던 꽃이라고 했다. 소녀의 이름은 애너 자비스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무덤 주변에 카네이션을 심었다. 그리고 그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모임에 나갔던 것. 어머니날 카네이션을 달게된 사연이다.
이후 미 의회는 매년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했다. 이것이 1914년의 일로, 어머니날 제정에 따른 정설로 돼 있다.
어딘가 애틋하다.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게 된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들만 떠올리게 해서 하는 말이다. 이것이 진정 어머니날의 의미일까.
그것만은 아니다. 사실은 ‘폭력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된 게 어머니날이다. 원래 창시자는 줄리아 워드 호우이다. 본래는 어머니날만이 아닌 ‘어머니 평화의 날’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33년 전 호우이 여사는 남북전쟁으로, 또 보-불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 결론에 이르렀다.
폭력은 영원히 추방되어야 할 사회 악. 그리고 가장 극대화된 형태의 폭력이 전쟁이라는 결론이었다. 전쟁을 막기 위해 대대적 행사를 펼쳤다. 어머니들의 국제적 연대운동이었다.
그래서 정한 게 어머니 평화의 날. 반전 펑화운동이었다. 1872년 한 번만으로 이 운동은 ‘반짝’행사로 끝났다. 여성운동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다. 그 운동은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나 다시 불붙고 있다. 어머니날은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을, 동시에 강인한 사랑을 기리는 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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