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게 내버려 다오’
2005-04-18 (월) 12:00:00
사람들은 죽음에 임박하면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한다. 며칠 아니면 단 몇시간이라도 생명을 연장해서 더 살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이에 반하여 “차라리 나를 그냥 죽게 내버려다오”즉, ‘D.N.R(Do not Resuscitate)’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생전에 의식이 분명할 때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서 DNR 허락을 미리 받아놓게 되면 뇌사시에 생명보조장치를 쓰지 않는다. 생명 유지나 치료를 거부하는 셈이다. 큰 수술 마취 전에 약물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 때 미리 서명을 받는 경우도 많다.
전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테리 샤이보의 경우도 15년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서 헤매다가 법정의 결정에 의해 보조장치가 제거된 것 같다.‘뇌사’에는 많은 학설이 있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대뇌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를 의미한다. 호흡 맥박은 살아있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 ‘식물인간’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10분만 목을 조여도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 즉 10분 이내에 구급처치를 잘 하면 뇌사를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병원에는 호흡 심장보조장치를 이용해서 생명을 연장시키는 환자들도 많다. 언젠가는 의식이 돌아오겠지 하면서 무작정 기다려보는 것이다.
진정 삶의 질을 원하는가. 단순한 목숨의 지탱만을 원하는가. 어떻게 삶을 마감할 것인가. 결정하기 힘든 질문들이다.
평생을 주님의 가르침대로 화해와 용서를 몸소 실천하고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전세계를 누비고 다녔던 교황도 생명보조장치는 쓰지 않았다. 교황청에서는 입원 치료를 건의했고 기계에 의존해서 인위적으로 생명을 더 연장할 수도 있었지만 구차스러운 삶을 원치 않았다.“나는 행복하다. 여러분들도 행복하기 바란다”평화롭고 아름답게 다가선 교황을 위해 하나님은 하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