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색 앙증맞은 쑥꽃들이 방글거리는 길을 달려 연초록 산등성이 돌고 돌아 찾은 폰태나는 왜 그리도 먼지 … 우물안 개구리로 집과 직장만 오가다가 맑고 좋은 날 막새바람 마셔가며 달려갔다.
그리운 얼굴들이 모이고 모여 시 낭송의 밤이 열렸다. 시문학회 회장댁에서의 일박은 참으로 근사한 MT였다. 먼 거리를 달려 30명이란 많은 식구들이 모였고, 이런 우리를 회장님은 “어서 와”하며 사랑으로 반겨주셨다.
많이 먹고, 많이 놀고, 크게 웃고, 크게 떠들며 초롱초롱 쏟아질듯 파란 별빛아래 어깨위로 내려지는 밤 공기의 세레나데 속에서 산책도 했다.
회원들의 시 낭송과 예리한 질문, 해답과 박수는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큰 선물이었다. 한 팔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설산을 바라보며 기기묘묘한 자갈돌 찾기에 여념이 없던 시간들, 깊은 밤에 울려 퍼지던 노래방의 숨은 재주꾼들 … 덕분에 잠 못 자고 지샌 밤이지만 피곤은 저리로 달아나고 기쁨으로 하나된 밤이었다.
뜨끈뜨끈 사랑이 담긴 국에 밥 말아먹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돌아 온 우리들. 손에 들려주신 맛있는 음식이 아직도 저녁 식탁을 빛내주고 있는데, 아쉬운 이런 날 언제 다시 올 것인지 또 기다려 진다.
엄경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