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내게 ‘돈이 많은가 봐요’ 혹은 ‘남편이 돈을 잘 버나 봐요’라는 질문을 해온다. 그럴 때면 난 “저 백수예요. 남편요? 월급쟁이 공무원이에요”라고 대꾸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근데 뭔 돈으로 그런 일을 해요?’라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혹 어떤 사람들은 내가 무슨 백만장자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아마 모든 일을 자비로 한다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물론 봉사도 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통역이나 Ride, 또는 노인 아파트, 양로원을 방문하는데 필요한 것은 자동차 기름값 정도이다. 노인잔치를 할 때마다 많게는 백여 명분의 음식을 장만해 보았지만 수 천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곳엔 너무 많은 단체들이 봉사를 한다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아는 어느 단체의 대표자는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의 교인들에게 음식을 해 오게 한다. 그러면 순진한 교인들은 자신의 돈과 시간, 열정을 들여 음식을 장만해 단체로 가서 서빙까지 한다.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에선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준비한 것처럼 떠들고 있고, 자신이 차려 놓은 식탁에서 교인들은 자원 봉사자 역할만 한 것으로 되어 버린다.
또한, 다른 단체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입으라고 수 천불을 들여 겨울옷을 준비한 것이지만,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그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배꼽이 춤을 추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봉사란 과연 무엇인가. 내가 알고 있는 봉사란 내가 땀 흘려 수고하고 노력한 것을 함께 나눌 때 진정한 봉사의 의미가 주어지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펼쳐들면 제일 많이 눈에 띄는 기사가 ‘참여하십시오’ ‘도와주십시오’다. 지금 이곳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우리 동포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무슨 제 3국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왜 우리 한인들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것인지. 그들 나라 사람들이 모두 다 가난한 것은 아닐텐데 그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옳지 않은가.
70이 넘은 노인 부부는 어디 청소할 데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직장을 구하러 다니고 있고, 파킨스 병을 앓는 젊은 남편은 직장은 커녕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도 가지 못하고, 부인이 식당에 다니며 번 돈으로 아이들과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주위엔 어려운 한인 동포들이 무수히 많건만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 미국인도 아니고, 웬 제 3국인들을 돕겠다고 설쳐대고 있는지?
그런 단체들을 보면 모두가 ‘비영리’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좋은 일 하라고 내 놓는 돈을 자신의 생활비로 챙기면서 어떻게 ‘비영리’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지? 그게 어떻게 ‘비영리’란 말인가?
하긴 그렇게 하고 봉사를 한다고 해야 사람들이 돈을 내놓을 테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만, 진정 말하건대 그것은 자신을 위한 단체이지, 결코 봉사단체는 아니다. 그것은 바로 생색내기 봉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