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 수첩)희생자의 외동딸과 흉악범의 어머니

2004-12-1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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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 환자의 등 뒤에서 총을 쏜 에릭 메이플은 마지막까지 흉악했으나 그의 어머니는 아들 잘못 키운 죄에 대해 용서를 빌었다. 이에 대해 피살된 노승달 씨의 외동딸 진영 양이 가족의
아픔을 이해한다면서 아버지 살해범의 어머니를 붙잡고 통곡해 법정이 눈물바다로 변했다.

지난 14일 필라 형사 법원 1107호는 살벌함이 감돌았다. 배심원 12명이 이틀 동안 심리 끝에 에릭 메이플에게 적용된 4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평결하고 떠났다. 흑인 여성 쉘리아 우즈 스키퍼 판사는 판결을 내리기 전 메이플에게 최후 진술 기회를 주었다.

깡마른 모습의 메이플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데이빗 루덴스타인 변호사를 “각본대로 재판을 진행했다”고 비난하더니 갑자기 방청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청석에는 노 씨 가족 3명과 메이플 가족 8명, 수사관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메이플은 노 씨 가족에게 “나는 너희에게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나타났느냐”고 고함치면서 F 자로 시작하는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노진영 양이 “네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라고 맞받아쳤다. 이와 동시에 노 씨의 미망인 이영애 씨가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법정이 아수라장이 되자 교도관 3명이 메이플을 끌고 법정 밖으로 나갔다. 스키퍼 판사는 장내를 정리한 뒤 교도관에게 메이플을 다시 데려오라고 명령했고 그는 수갑을 찬 채 나타났다.


스키퍼 판사는 즉시 무기징역 형을 선고했다. 이 때 메이플의 어머니가 판사에게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콜로라도에 살고 있다는 Mrs. 메이플은 어린 시절에 헤어진 자식을 안타까워 한 뒤 눈물을 흘리며 노 씨 가족에게 사과했다. 이를 지켜보던 엘 카메론 검사는 양 쪽 집안의 화해를 주선했으며 결국 노진영 양과 Mrs. 메이플이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을 했다.

진영 양은 “지난 4년 동안 우리 집안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웃음을 잃었으나 그 집안도 우리처럼 절망이 컸을 것”이라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양 쪽 집안이 화해하는 것을 보고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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