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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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태아 살해’피터슨 재판 대단원의 막

2004-11-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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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주 우여곡절 끝‘유죄’

지난 2002년 크리스마스 전날 중가주의 소도시 모데스토에서 임신 8개월의 주부 레이시 피터슨(사진·당시 27세)이 실종됐다는 보도로부터 시작된 남편 스캇 피터슨의 중복 살인죄 여부는 12일 레드우드시 법원에서 남성 6명, 여성 6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유죄라고 확인함으로써 종결됐다. 이날 평결문이 낭독되자 그동안 웃음까지 띠고 있던 피터슨은 얼굴이 굳어진 채 정면만 응시했으며 방청석에 있던 레이시의 부모와 가족, 친지들에게서는 안도의 한숨과 울음소리가 동시에 터졌다고 관계자들은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증언자만 184명·유명 변호사 동원
‘제2의 OJ 심슨’전국적 관심
1급 살인 최고 사형까지 가능


스캇 피터슨의 재판은 전국 언론의 관심 속에 재판지 변경 등의 우여곡절 외에도 본 재판이 계속된 23주 동안 피터슨의 한때 연인이었던 30년 이혼녀 앰버 프라이를 비롯한 무려 184명의 증인들이 증언대에 섰으며 검찰과 유명 변호사 마크 게라고스를 축으로 하는 변호인측의 쌍방 주장은 매일 세인들이나 미디어의 집중조명을 받아 왔다.
특히 이 케이스는 수년전 백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배심원들의 견해가 합치되지 못해 풀려난 풋볼스타 O.J. 심슨의 케이스와 비슷하여 재판의 전개상황이 더욱 관심을 끌어왔다.
스캇 피터슨은 지난 2002년 크리스마스 전날 임신 8개월의 아내 레이시가 모데스토의 자택에서 실종되었다가 수개월 후 그가 당일 낚시를 했다는 샌프란시스코만에 태아와 함께 부패된 사체로 떠오른 후 살인혐의로 체포됐다.
검찰측은 결혼생활과 자녀의 부담에서 해방되려는 목적으로 피터슨은 24일 전후해서 임신한 아내를 살해한 후 사체에 시멘트 앵커를 달아 샌프란시스코 베이 바다 속에 수장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사측은 레이시가 도둑이나 노숙자에게 납치된 후 살해되었다며 피터슨의 무죄를 강변해 왔다.
특히 게라고스 변호사는 평결에 들어가지 전의 마지막 변론을 통해 배심원들에게 “검찰은 피터슨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심증이 아닌 증거위주로 냉철한 결정을 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 미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아내 살해범 스캇 피터슨(32)이 12일 배심으로부터 1급살인 혐의 등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아 최고 사형선고까지 받게 될 운명에 처했다.
CNN은 이날 피터슨에 대한 배심 대표가 유죄 평결을 읽는 목소리를 생중계했으며, 재판이 열린 레드우드 시티의 지역 신문들은 평결 직후 호외까지 내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 23주간에 걸쳐 184명의 증인이 동원됐던 피터슨 재판은 살해 동기, 증거 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에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남녀 각각 6명씩인 12명의 배심원중 3명이 실격으로 교체되는 등 파란이 일었다.
검찰측은 피터슨과 정부 프레이와의 관계를 지적하면서 범행 후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고 1만5,000달러의 현금을 확보, 멕시코로 도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살해 동기가 충분하고 도피 계획까지 세운 점을 주장한 반면 변호인은 배심원들에 대해 직접적인 살해 증거가 없으니 만큼 감정에 휩쓸리지 말 것을 호소했다.
변호인은 특히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 조그만 보트에서 시신을 바다로 버리려면 배가 기울어 뒤집힐 수밖에 없으며, 시멘트 닻은 발견되지도 않았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에 일부 배심원이 배를 검사하는 등 자격 시비 끝에 교체되는 등 평결에 이르기까지 수일간 진통이 계속됐다.
TV 매체들도 조그만 배 안에서 배가 뒤집히지 않은 채 시신을 버리는 것이 가능한 지 여부를 실험하는 장면까지 방영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피터슨 사건의 재판부인 샌마테오 카운티 법원은 오는 22일부터 선고공판을 열어 30일 이전 마무리할 예정이다.

법정밖 얘기

유죄평결 나오자 환호

■… 스캇 피터슨의 평결이 낭독되는 동안 법원측은 몰려드는 인파로 인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 약 20명의 경비원을 추가로 법정에 배치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보도진들은 물론 레드우드시의 주민들까지 법원에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이들은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환성을 지르고 피켓을 들고 흔드는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스캇 피터슨의 형량재판 배심원도 그의 유죄평결을 끌어낸 12인의 배심원들이 맡게 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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