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셰프’에 출연했던 장면. 간을 재료로 네가지 요리를 만들었다.
20세때 일본으로 유학 요리 입문
일·한 ·중국에 ‘한일관’개점도
나파밸리 CIA서 연수 전문인으로
내년 크라운 밸리에 요리학교 개설
20세때 일본에 유학갈 때만 해도 이명숙씨(48)는 원래 전공이 무용이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이 한국음식을 먹을 때마다 ‘맵고 마늘 냄새난다’고 비하하는 말에 화가 났고, 오사카의 한식당들의 간판에 ‘버리는 재료로 만드는 음식점’이란 뜻의 단어가 붙어있는 것을 본 후 “내가 좋은 한식당을 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 꿈대로 오사카에 20평도 안 되는 ‘한일관’을 오픈한 것이 86년. 제대로 배워서 프로가 되겠다는 생각에 도쿄의 수지(Tsuji) 아카데미에 입학, 요리와 식당경영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수료했다. 또 궁중요리 전문가 황혜성 선생의 딸 한복진씨를 만나 정통한식 공부를 꾸준히 해온 이씨는 이후 토쿄와 한국 이천, 중국에도 ‘한일관’을 개점했다.
한일관을 처음 시작한 지 8년만에 일본의 한 경제신문과 인터뷰했는데, 한국음식에 대해 확실하게 홍보하면서 그때부터 많은 신문, 잡지, TV에 소개되어 한국음식 전문가로 뜨게 되었다. 이후 한국의 대통령이나 고위관리, 기업총수 등 VIP가 일본을 방문할 때면 그들의 음식을 도맡아 케이터링했고 도쿄 주재 한국대사관의 식문화 자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아이언 셰프’에 출연한 것은 96년. 중국인 셰프 첸 케니치에게 도전해 간을 재료로 그녀는 네가지 요리를 만들었다. 살짝 삶아서 만든 간숙회무침, 우유에 담갔다 깨를 묻혀 부친 간전, 간 조림, 그리고 메인 디시로 과일소스 바른 간을 숯불에 구워냈다. 도전자들이 대개 그렇듯 이씨는 아이언 셰프를 이기지 못했지만 그때부터 그녀에게 ‘아이언 셰프’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나파밸리의 CIA 요리학교에서 김치 담그기를 가르치는 이명숙씨.
이씨의 인생이 바뀐 것은 바로 그 무렵. 나파밸리에 유명한 요리학교 CIA 그레이스톤이 개교하면서 제1기 전문요리사 연수생으로 미국에 왔다가 중국계 미국인 남편을 만나 일본에서의 화려한 셰프 인생을 접고 미국으로 이민 오게된 것이다.
한편 그녀는 CIA에서 연수하는 동안 세계각국의 셰프들에게 김치 담그기와 쌈밥 만드는 법을 강의, CIA 클래스에서 한국음식을 소개한 첫 요리사로 기록됐다. 또 졸업 후에도 CIA에서 일년에 한번 열리는 ‘아시아의 맛’(Asian Flavor) 프로그램에 초청돼 보쌈김치를 소개하기도 했다.
97년 결혼과 함께 미국에 온 이씨는 어바인에서 살다가 멤피스로 이주, 그곳서 한식 퓨전식당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2년전 다시 이곳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조용히 살면서’ 자택에서 주 3회 요리강습을 가져온 그녀는 앞으로 미국 땅에서 한국음식을 소개하는 홍보대사로 뛰어볼 계획이다.
“한가지 맛만 내는 서양요리를 먹던 미국인들이 한식의 가진 양념 맛에 눈을 뜨면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매운 맛 뒤에 있는 젓갈 맛, 깨소금 맛 등 독특한 맛을 알게 되죠. 외국인들은 한식중 특히 비빔밥을 좋아하고, 육개장을 먹어본 사람은 이렇게 맛있는 요리가 처음이라고 감탄하기도 해요. 미국인 손님 초대할 때 우리음식 자신있게 내놓으세요. 작은 그릇에 조금씩 담아 예쁘게 연출하면 한식도 훌륭한 파티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