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성 ?

2004-10-2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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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기백 <전의회 도서관 한국과장>

William C. Hannas가 쓴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2003)에 “한자를 쓰는 동양사람은 창의력을 잃어 멸망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했다. 나 또한 막연하나마 우리가 한자를 쓰기 한에는 소생할 수 없어 한자를 쓰지 말자고 말해 왔는데 나 보다 한 걸은 앞서 “한자 쓰면 멸망한다”고 해 놀랐다. 더욱 알파벳을 써야 창의력이 있다는 Hannas 교수설은 구세주나 만난 듯 반가웠다. 우리 한글도 알파벳이니 말이다. 영어처럼 ‘풀어’ 쓰면 우리가 창의력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서다. 그런데 한 설에 활을 당겼다 놓으면 ‘다시 휘어’(Arc back)지는 것처럼 지성을 고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 했다.
우리의 경우 한번 배운 한자의 음과 뜻을 하나만 알아 이것이 아니면 틀렸다고 한다. 이래서 우리 글도 표준말이 아니면 틀렸다 한다. 더욱이 순 우리말, 예를 들어 ‘재’(언덕) 또는 ‘나락’(벼) 이런 말이 사전에 없다. 이래서 우리 지성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름에 남들과 생리적으로 다르게 했다. 하나만 알면 인간의 두뇌는 “정상적 아닌 것을 용납 못하게 된다”(Inability of acceptance when there is deviation from the norm)는 놀라운 사실을 알 길 없다.
보라, 일본말. 동경에 있는 와세다(早稻田)대학의 ‘稻’. 그들은 이를 ‘세’라 읽고’, 또 동경에 있는 한 역의 이름인 이나리(稻荷)의 ‘稻’. 그들은 ‘나’라 한다. 와세다의 ‘세’는 우리말 ‘볍씨’(나락 씨)의 ‘씨’이고, 그리고 와세다의 ‘다’는 우리말 ‘답’의 음변이며, ‘이나리’의 ‘나’는 우리말 ‘나락’(벼)의 음변이다. ‘와세다’란 우리말로 ‘일찍 내는 볍씨 못자리’란 말이겠다. 곧, 여문 인재(곡식)를 기르는 곳이다.
그리고 ‘이 적은 나무’(오고노기 小此木)란 일본의 성, 그리고 ‘법 없다’(Lawless)란 미국의 성이 있는 것을 우리 지성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몸집이 작은 일본의 위정자가 살던 집 ‘희메지죠‘(姬路城) 그 안방 공간이 세상 유례없이 크다는 사실은 뭘 말하는 걸까.(참고로 희메지의 ‘지’(路)는 우리나라말로 길인 ‘질’이다. 명치유신 전엔 수 백 개 있었다는 일본 성 가운 ‘희메지 성’은 가장 큰 성이다). Dr. Johnosn이 말한대로 “좁은 곳에선 좁은 마음, 넓 은 곳에선 넓은 마음”이 생겨 이런 큰 집에서 살아 그들 맘보(지성)가 커 중국을 삼키려 했을까. 진수신은 그의 ‘일본인과 중국인’에서 “10만의 만주가 중국을 정복했는데 1억의 일본이 중국을 정복 못 하겠는가” 했다. 임진난도 중국을 치려 일으켰다고 한 것처럼.
프랑스 요리학의 원조 Brillat- Savrin는 “네가 먹는 것이 바로 너다”(You are what you eat)고 했는데 우리가 먹는 것이 그들과 달라 우리의 지성도 따라 그들과 다를까 의심해 본다.
우리 것에서 차지한 남의 것이 우리 전체(Rule)가 됐고 우리 것은 예외(Exception)다. 이 사실은 뭘 말하는 걸까. 그리고 기본적(Fundamental)인 우리 것은 감춰두고, 부수적(Auxiliary)인 남의 걸로 한몫을 본다. 이래서 우리끼리 존경 안 한다. 내 지성이 남의 머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Compunction)이 쓸 데 없을 지 모르나 남의 머리로 생각하면 허수아비 꼴이기에 한 말이다.
이래서 이날 이곳 미국의 지성들 사이에 우리나라에 학자(The learned)는 하늘의 별처럼 많건만(Galore, Myriad) 지성인(Intellectuals)으로서의 전문가(Professional)는 없다 한다. 박제가가 말한 “선비의 갓을 쓰고 선비의 옷 입은 자 뜰에 가득 차고 나라에 꽉 차서 선비 아닌 자 없다” 했는데 지금은 그때와 얼마나 다를까.
두뇌에 있는 지성세포는 ‘앎’을 가리는 ‘본성’이다. 하나만 알면 지성 신경세포가 하나만 있다. ‘장님’에게 빛의 인식이 없는 것이 빛의 세포가 없어서인 것처럼.
두뇌세포가 수 억 개라는데 하나만 알면 두뇌세포가 줄어들어 단순 과학적으로 다른 것은 모른다 한다. 이 말은 자기가 아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용납 못한다는 말이 되겠다. 이를테면 한자 음과 뜻을 하나만 알면 두뇌의 ‘앎’의 세포가 하나밖에 없어 그 이상을 모르는 것처럼, 그리고 콤퓨터와 전화처럼 입력과 배선이 없으면 쓸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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