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피한 9.11
2004-09-09 (목) 12:00:00
조형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구두수선을 위해 옥 집사 가게를 들렸다. 나를 보는 순간 눈이 둥그래져 가지고 “아무 일 없는 거죠” 하면서 묻는 것이었다. “그럼요, 그러니까 이렇게 살아서 나타났잖아요” 대답을 했다.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며 천만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한때 구역장과 총무로 같이 일을 했었기에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아는 옥 집사다. 옥 집사는 내가 펜타곤에 근무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묻는 것이었다.
2001년 9월11일 사고 나기 전에 하나님께서 살 길을 열어 주셨다. 한때 미국각 부처가 재정적 문제로 직원들을 감원하고 사무실을 감축, 많은 사람들이 분산이 된 적이 있었다. 나도 그때 역시 피할 수 없이 근무처를 포트 맥네어(수도사령부)로 발령을 받아 2001년 9월11일 사고나기 몇 개월 전에 근무처를 옮겼었다. 사고 소식을 듣는 순간 사무실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들떠서 일을 못하고 TV 뉴스에만 귀를 기울였다. 직장 상관은 일찍 귀가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역시 사무실 분위기는 험악하고 금방이라도 제트기가 폭탄을 쏟아 퍼부을 것만 같은 불안하고 떨리는 상황이었다.
집을 향해서 가는 도중 펜타곤 옆을 지나는데 불에 탄 재와 함께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불꽃과 함께 사람 타는 냄새가 토할 것 같이 비위를 거슬렸다. 냄새가 바람에 날리어 395 하이웨이를 거쳐 한국까지 진동할 것 같이 느꼈었다.
시커먼 연기와 불꽃에 탄 재가 높이 솟아 오르는 곳을 바라보는 순간 ‘으악’ 경악을 금치 못하며 심장이 뛰고 몸이 떨려 왔었다. 비행기가 떨어진 장소는 내가 몇 개월 전에 근무했던 사무실이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떨어진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출장을 간 사람 외에는 모두가 참사를 당했다고 소식을 들었다. 사고가 난 지 3년째가 되지만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는 악몽 같은 기억을 떨일 수 없다.
현재 펜타곤 박물관 본부에 근무하고 있는 나는 9.11 당시의 사망한 많은 사람들의 유물과 불에 탄 전화기, 사무실 전경들을 사진을 찍어 진열해 놓았다. 많은 유물들은 창고에 가득 채워져 있다. 9.11의 아픈 기억은 정년 퇴직 할 때까지 괴로운 기억 속에서 떨쳐버릴 수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