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군도(남양군도)에 있는 섬 사이판은 스페인, 독일의 지배를 받다가 1914년 일본에 점령당하고 2차 대전을 치렀습니다. 전쟁 후에는 미국 연방(commonwealth)됐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사이판에 가면 울분이 끓어오릅니다. 정신대와 징용에 끌려갔던 한국인들을 위한 위령탑이 한 많은 역사를 간직한 채 서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 섬을 빼앗기 위하여 일주일동안 집중 포격을 가한 후 1만5천명이 상륙하였다고 합니다. 이때 섬에서 방어하던 일본군 3만8,000명과 미군 3,500명, 죄 없이 끌려갔던 우리 한인 8,500명이 죽었답니다.
사이판은 현재 미국 유명 백화점에 납품하는 옷 공장들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중국 출신 노동자들이 여기에서 일을 합니다. 대부분 처녀들입니다. 미국 기준에서 보면 임금이 최저 수준이지만 중국 등 가난한 나라에서 보면 큰 임금이어서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불나방처럼 몰려듭니다. 열심히 일해 몇 년 후 돌아가면 집도 사고, 삶의 터전을 마련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유혹의 틈바귀는 있습니다.
유명한 휴양지인 사이판은 관광객을 상대로 포커하우스 같은 놀음 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한시간이면 한바퀴를 다 돌 수 있는 조그만 섬에 포커하우스가 1,200개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순진한 처녀들이 한번 발을 잘못 디디면 삶을 껍데기로 만듭니다. 그 좁
은 섬에서 일년에 소비하는 맥주의 양이 인구 비례로 따지면 세계 3위라고 합니다.
그 많은 맥주집과 그 많은 포커하우스 사이에 조그마한 교회들이 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 보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성경 말씀을 배우고 찬양하면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일하고 지친 몸을 끌고 와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입고 새 힘을 얻어 소
망 가운데 성실하게 사는 그렇게 많지 않은 소수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감격합니다.
아놀드 토인비가 말했듯이, 예수 님이 몇몇 소수의 제자들을 택하여 훈련시켜 모범을 보여 주셨듯이, 역사는 ‘다수가 아닌 창조적인 소수’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있으며 바로 그 현장이 사이판입니다.
사이판의 포커 하우스 앞을 지나가면서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썩어 가는 환부가 깊은 한국이라도, 혹은 미국이라도 절망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 깊은 죄악 속에서 물들지 않고, 소돔과 고모라 성의 썩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의로운 심령을 상하였던 롯(벧후2:8)과 같은 소수가 있는 한 소망은 있습니다. 우리에게 내일은 있습니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목사(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삽화 : 오지연(일러스트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