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석 이야기 한 여름, 바다를 지니고 다니다

2004-07-3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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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태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글거리는 뜨거움이 머릿속을 환하게 태운 후 마지막엔 그 광선을 뿜어 버린다.
어느덧 주위는 온통 태양의 색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고 내 머리는 열심히 움직여 보라고 하지만, 나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7월 몹시 더웠던 어느 날, 원망하듯 하늘을 쳐다보았던 나는, 일 하는 것을 접어두기로 하고 무작정 눈을 감았다. 머리는 아프고 어지러웠다. ‘더위를 먹었구나…’
나의 한 여름의 몽상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어느 바닷가에서, 태양의 유혹으로 바다 끄트머리까지 올라온 인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인어가 보석상자를 열다 그 중 하나가 바다 속으로 떨어져 버리고, 파도에 밀려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던 그 보석은 마침내 어느 해안의 백사장으로 이르게 되고, 그 바닷가는 에메럴드 해안으로 이름이 불리게 된다.
사실, 인어가 잃어버린 그 보석은 에메럴드가 아닌 ‘아쿠아마린’이다. 에메럴드와 아쿠아마린은 베릴(Beryl) 이라는 같은 부모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보석들처럼 서로 많이 다르다.
인어의 전설을 지니고 있는 아쿠아마린은 훨씬 투명하고 크며, 신선한 담청색이다. 이에 반해 에메랄드는 녹색이 훨씬 짙고 내포물을 많이 가지고 있다.
물을 뜻하는 아쿠아(Aqua)와 바다를 뜻하는 마린(Marine)을 합해서 만든 이 보석은 ‘바닷물’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그 색깔뿐만 아니라 이름 자체도 ‘푸르른 바다’의 물빛을 담고 있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파도의 유리광택은 밤에도 볼 수 있어 밤 보석의 여왕이란 칭호도 가지고 있다.
아쿠아마린은 영원한 젊음과 행복을 상징하는 돌이며, 희망과 건강을 가져다주는 보석으로 믿어져 왔다.
이 돌을 물에 담그고 눈을 씻으면 눈병이 치료되고, 딸꾹질 처방으로 그 물을 마시기까지 했으며, 아쿠아마린으로 된 반지는 피로가 풀리고 신경이 안정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중세 사람들은 통찰력과 선견지명을 가져다주는 마력이 있다고 여겨, 입에 물고 있으면 고민거리를 해답을 알려줄 영혼을 불러낼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더운 여름 날, 커다란 아쿠아마린 귀걸이와 브로치를 한 여성을 식당에서 보았었다.
그녀의 그 모습은 내 손에 들려져 있었던 얼음 잔보다도 차가운 여유로움을 던져주었고, 그 시원함의 잔상이 그리울 때면 눈을 감고 아쿠아마린이 떨어져 있는 어느 바닷가 모습을 그려본다.
한 여름의 시원한 몽상… 8월에도 계속될 것 같다.

크리스티나 이 <보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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