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주류사회란?

2004-07-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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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편집국 부국장)

얼마전 한 독자가 “신문에 수시로 나오는 주류사회란 말이 정확히 무엇입니까?”하고 물어왔다.한인모임에서 초청연사의 연설 또는 방송이나 신문 기사에서 ‘우리는 주류사회로 들어가야 한다’, ‘미 주류사회가 인정하는’, ‘미 주류사회에 자리잡음으로써 아메리칸 드림에 성
공했다’는 등의 문구가 수시로 등장하는데 들을 때마다 거부감이 든다는 것이다.

주류사회, 영어로는 메인 스트림(main-Stream)은 말 그대로 주체, 대세를 말한다. 즉 우리의 삶을, 역사의 흐름을 끌고 가는 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주류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은 나와있다.
한인 이민 역사가 이제 막 10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양적으로는 엄청난 숫자가 미국 땅을 밟았으나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 주류사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한다.


그 방법으로 시민권자인 동포들이 유권자 등록을 하여 미국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하고 한인 정치인을 배출하여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정치적 신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교육 문화 등 미 주류사회에 한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각종 타인종과의 모임에 참여해야 하지만 주류사회에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미 정계 진출을 들 수 있다고도 한다.

한인 정치인이 되기 어렵다면 미 정치인과 교류를 나누고 그들을 후원하는 기금 모금 파티에 나가라고 한다. 말과 문화가 통한다고 해서 한인들끼리만 뭉쳐있으면 그냥 현실에 안주할 뿐 더이상 발전이 없고 미 주류사회와 점점 멀어지게 되므로 지역사회 봉사활동, 소수민
족 잔치에도 참여하여 타인종 이웃과 교류 해야한다고 한다.
그래야 이민자들이 미 주류사회에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이 정답이 우리에게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정치라면 듣고싶지 않아도 귀에 들리는 한국 정계 소식만도 신물이 나는데 미 정계까지 손이 쉽게 뻗어지지 않으며 미국 속으로 들어가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미 미국 속에 들어가 살고있지 않은가 싶다.
매일 집 우편물을 배달해 주는 우체부와 이웃집 고양이가 우리집 뜰을 자꾸 침범하여 고양이 주인 백인 할머니와, 수퍼마켓에 가서 잘못 사온 그로서리 용품을 바꾸면서 히스패닉 캐셔 아주머니와 우리는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세탁소에서 손님들의 옷에 묻은 얼룩을 지워주면서, 오늘밤 파티에 가는 백인 여성의 손톱 발톱을 아름답게 치장하면서, 월스트릿으로 출근하는 샐러리맨의 점심 샌드위치를 싸주며 그가 지난 주말 무엇을 했는지, 자녀는 이번에 어느 대학에 가는 지를 물
으면서 우리는 살고있지 않은가.

내가 지닌 깔끔하고 세밀한 손재주로 고객을 즐겁게 하고 멀리 내다보면 고객의 이익이 국익과 연결되는 일을 하면서 말이다.
미 주류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다양성 속의 화합을 지금 실천하고 있는데 더이상 어떤 주류사회에 들어가란 말인지.

사람들은 다 알고있는 그 정답은 일반 한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또 설사 미 방송국의 앵커나 법원의 판사나 변호사, 종합병원 의사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주류사회 상류인사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다민족 사회로 구성된 미국의 언론이나 법조계의 한
구성원이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주류사회란 말이 자꾸 우리를 주눅들게 한다. 여기가 아닌 딴 세상이 있을 것 같은. 아무리 성공해도 우리는 한민족의 자손임을 잊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더 이상 주류사회란 말에 스트레스 받지 말자. 마음에 맞고 배짱이 맞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열심히 살자.

이민생활을 성실히 하고 있는 나, 어떤 일터에서든 땀흘리며 일하고 있는 당신은 이미 미 주류사회 구성원이다. 내가 사는 이곳이 이미 주류사회인 것이다.다만 더욱 성숙되고 발전된 소수 민족 사회로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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