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중 최고로 치는 모죽(毛竹)은 오 년 동안 거의 자라지 않다가 땅 밑에서 쑥쑥 뿌리를 내려 탄실하게 자리를 잡아 갑자기 폭풍 성장하는 아이들처럼 자란다는 이야가 생각난다.
모죽이 땅속에서 뿌리만을 길게 뻗어 자리를 잡아가며 자기 모습과 형상을 갖추며 꾸준히 땅속에서 기초를 다져온 끈기와 노력에 놀랍다.
대나무를 잘라보면 텅 비었지만 어찌나 단단한 지 빨리 크고 높게 자리하기 위해 속을 비워야 한다니 어쩌면 비움으로 더 실해지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조그만 대나무에게도 비워야 강해지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대나무가 단단하고 곧게 뻗은 자태가 그러하기에 피신할 땐 대나무 숲을 찾는다고 한다.
오월, 비 온 후 빼곡히 숲을 이룬 대나무들에게서 죽순이 많이 자라는데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네!
뿌리를 내리며 튼튼하게 내실을 쌓다가 긴 인내 끝에 자라고 대나무는 한 번의 꽃을 피우고 죽는다니 참 슬픈 대나무의 삶이다.
대나무는 속이 비었지만 지조와 강직함을 비유하고 사군자 (매화·난초·국화·대나무) 중 하나로 수묵화에 자주 그린다.
그만큼 대나무가 맑고 절개가 굳으며 마음을 비우고 군자가 본받을 품성을 모두 지녔다 하여 우리 민족은 대나무를 많이 좋아했다고 한다.
대나무로 만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그 쓰임새만 봐도 얼마나 많은가!
중국의 소동파는 “고기가 없는 식사는 할 수 있지만 대나무 없는 생활은 할 수 없으며, 고기를 안 먹으면 몸이 수척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저속해진다”라고 했다. 그만큼 대나무가 맑고 절개가 굳으며 마음을 비우고 군자가 본받을 품성을 모두 지녔다 하여 우리 민족은 대나무를 많이 좋아했다고 한다.
늘 생각하지만 느림이란 미학이 맞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식물들이 뿌리에서 바로 꽃을 피우지 않았기에 뿌리에서 싹이 나고 줄기가 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었으리라.
모죽(毛竹)의 길고 긴 인내와 끈기를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내면의 튼튼한 내실을 키우지 않고 자기의 노력에 대한 성과만을 급하게 얻고자 한다. 빨리 인정을 받으려고 그 결과에만 급급한다.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던가! 늘 반성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우리가 해내야 할 과제 같은 삶은 없다. 조급한 마음도 내려놓고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노력에 대한 결과를 얻고 답이 온다.
‘진인사대천명’이 그러하니 최선을 다한 노력 끝에 하늘의 명을 기다리는 일, 언제나 우리들의 살아가야할 몫이다.
시간은 언제나 말없이 흘러간 듯해도 긴 세월 동안 하나하나의 의미를 갖고 살아왔을 것이다. 우리는 늘 주변 자연에게서 주어진 하루하루 삶의 지혜를 배우며 인내하며 살아간다.
대나무의 인내를 배우는 자세, 그게 인생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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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