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어 서툰 美시민권자, 불법체류자로 오인돼 체포…이틀뒤 석방

2025-04-18 (금) 04: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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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서 과속 단속 걸린 뒤 이민당국 조치로 48시간 구금돼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어가 서툰 20대 남성이 불법 체류자로 오인돼 48시간 동안 구금됐다 풀려나는 일을 겪었다고 미 언론이 18일 전했다.

A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 시민권자인 후안 카를로스 로페스-고메스(20)가 최근 플로리다주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기소된 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조치로 구금됐다가 48시간이 지난 뒤에야 풀려났다.

변호사의 전언과 체포 진술서에 따르면 조지아주 남부 카이로에 거주하는 로페스-고메스는 지난 16일 집에서 차로 약 45분 거리인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동료 2명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 경찰의 과속 단속에 걸렸다.


이후 경찰은 이들을 보고 불법 체류자라고 판단해 모두 체포 후 구금했다. 이는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사람이 플로리다주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한 플로리다 주(州)법에 따른 조치였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들에게 불법 체류자인지 물었고, 이들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체포 영장에 기록했다.

하지만 로페스-고메스의 변호사는 그가 그런 답변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로페스-고메스는 원주민 언어를 사용해 영어나 스페인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그의 변호사는 설명했다.

결국 그는 플로리다주에 불법으로 들어온 혐의로 기소됐고, 전날 오전 열린 재판에서 그의 어머니가 그의 출생증명서와 사회보장 카드를 제시해 신분이 확인되면서 불법체류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ICE가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을 위해 취할 수 있는 48시간 구금 조치에 따라 재판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풀려나지 못하고 한나절을 더 구치소에서 보내야 했다.

이민자권리 옹호단체인 플로리다이민자연합의 변호사 앨러나 그리어는 "그들(경찰)은 이 사람을 보고 영어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체포했고, 현재 시행 중지 명령이 내려진 주법에 따라 기소했다"며 "그 누구도 이 법에 따라 기소돼서는 안 되고, 미국 시민은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를 즉각 체포해 기소할 수 있게 한 플로리다 주법은 지난 2월부터 발효됐으나, 위헌 소송이 제기돼 이달 4일 시행을 일시 중단하라는 법원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경찰이 로페스-고메스 등을 체포하는 데 이 법이 왜 적용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체류자 추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당국이 체포·구금 과정에서 인종차별적인 잣대를 들이대 이민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부각한다고 CNN은 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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